앱에서 열기
lxxxxxd

추천해요

5년

평양냉면 한 그릇 받으면 일단 눈으로 한 번 훑고 그릇째 들어 육수 한 모금을 마신다. ‘아, 맑은데 간이 적당히 있고 육향이 제법이네.’ 그리고 젓가락을 들고 면을 슬슬 풀어낸다. ‘밝고 얇고 찰랑이네.’ 그럼 어디, 하고 드디어 맛을 보기 시작한다. 나만의 평양냉면 세레모니. 평양냉면은 메밀 면의 향이 좀 밋밋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국물을 탁하게 만드는 편이지만, 이 얇고 쉽게 끊겨도 적당히 탄성있는 면발이 입안에 후루룩하고 들어올 때 느껴지는 육수의 고기향 때문에 그 뒤로는 더 크게 후루룩 후루룩 먹게 된다. 이거다 싶은, 또 다른 평양냉면의 얼굴과 취향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국물과 면 뿐인데, 평양냉면은 언제나 새롭고 즐겁다. 육수나 고기 고명만 봐도 좋은 고기를 쓰시는 게 보인다. 고기가 약간 뻣뻣하지만 여기 평양냉면의 고기력은 육수로 충분한 걸. 무는 약간 기분좋게 쌉쌀하고, 오이는 적당한 산도와 염도에 개성있는 식감과 향을 지녔다. 접시 만두는 식감을 살린 고기와 두부에 야채도 제 특성이 잘 살아있고 간도 적당했다. 피가 두꺼워보여도 골고루 잘 익어서 오히려 먹기에 편했는데, 어디가나 빠지지 않는 참기름과 먹을수록 물리는 후추 맛 그리고 먹고나서 도는 텁텁한 기운은 아쉬웠다. 맛은 있는데, 세 개 이상 못 먹을 것 같아서 아쉽다는 얘기. 좋은 재료 쓰시는 걸 알았으니, 다음에는 어복 쟁반이나 제육을 도전해보기로 다짐. (2018.07.28)

진미 평양냉면

서울 강남구 학동로 305-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