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차의 매력을 진하게 느끼게 해준 곳입니다. 블렌딩티가 제게는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위스키나 커피에서 테이스팅노트대로의 향과 맛을 발견할때의 그런 즐거움을 차에서 맛본게 처음이었거든요. 제가 주문한 풀숲,제주는 비온 뒤 축축한 흙 향에서 영감을 얻은 차라고 합니다. 뿌리 식물인 우엉 생강이 흙의 정취를, 조릿대 하수오 뽕나무가 나무의 느낌을 담고 있다면 은은한 박하향이 비온뒤의 시원함으로 전체를 아우르고 있어요. 특히 구수한 우엉과 튀지않고 부드러운 박하의 향미가 굉장히 근사하게 어울리네요. 향긋한 차를 입에 머금고 있다보니 좋아하는 친구와 흐린날 걸었던 비자림이 떠올랐어요. 향기를 단서로 기억의 타래를 끄집어내게 되는 마법이 차의 매력인가봅니다. 다식 종류는 두가지인데, 흑임자 단호박 쑥의 세가지 맛 크림이 든 눈꽃찹쌀떡은 맛도 모양도 훌륭합니다. 기본다식으로 나오는 비스킷과 파베초콜릿은 잎차와는 어울리지않지만 밀크티 종류에 곁들이기엔 좋을듯 하네요. 멋진 다기를 만져볼 수 있는 것도 재밌었는데요, 직접 차를 우려낸 후 주전자 속 찻잎을 보고있자니 꼭 작은 정원을 가꾸는 기분이 들어요. 차를 다 마신 후에도 남아있는 풀내음이 참 기분좋네요. 우아하고 정갈한 공간 덕에 눈도 즐거웠습니다.

오온

제주 제주시 신설로6길 2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