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집 컨셉 코스 안주라니 나야 너무 좋지만 쉽지 않은 길을 가시는구나 싶어 기대반 걱정반으로 방문했다. 결론부터 꺼내자면 대만족이었지만 역시 타겟층은 좁겠다 싶었던. 여름보양코스는 온센타마고, 전복찜, 차소라스테이크, 병어무침, 정구지전, 고등어조림, 능이버섯닭곰탕 순서. 차게 나오는 온센타마고는 우니, 이꾸라의 풍미에 상큼한 유자폰즈가 더해져 전채로 제격이다. 이어서 나오는 전복찜은 녹진하게 씹히는 맛 부드러운 전복에 들깨로 버무린 방풍나물이 고소함을 배가해준다. 병어를 세꼬시처럼 먹는건 처음인데 된장에 무친게 이렇게 잘어울릴줄이야. 씹히는맛도 좋고 5년 묵혔다는 집된장은 거의 향긋할 지경이라 아주 만족스러웠다. 버터리한 갈릭향이 황홀한 정구지전은 바삭한 테두리에 크리미한 속이 딱 취향이었고. 콜드 디쉬들에 비해 메인격이어야할 고등어는 밥 없이 먹기엔 좀 짜고 밋밋하다. 그치만 이어서 나온 능이닭곰탕의 시원한 국물에 감동받아 약간의 아쉬움은 금새 잊었다. 이정도 안주로 대접받았으면 응당 술을 궤짝으로 주문해야할텐데 컨디션이 못받쳐준게 통탄할 노릇일뿐...이파리의 세컨브랜드답게 전통주 라인업이 훌륭하다. 코스로만 주문가능하니만큼 예약 방문하는걸 추천.
이백사호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24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