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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smus
4.5
1년

2024년 상반기 올해의 신상 돈카츠 맛집 1위: 카츠토오. 4월 16일, 5월 22일 두 차례 방문. 한 번은 그냥 모듬 카츠만, 나머지 한 번은 맥주를 곁들여 음미해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진짜 과포화 상태인 것 같다. 프리미엄 일식 돈카츠집들. 서울권 안에 이름난 곳, 새로 생긴 곳 거의 다 가봤지만, 아무리 돈카츠를 사랑하는 나조차도 이제는 점점 감흥이 떨어진다. 다 엇비슷한 맛, 다 엇비슷한 구성, 다 엇비슷한 분위기… 개중에는 값은 비싸게 받아먹고 네임밸류는 다 챙기면서 퀄리티는 아주 떨어지는 가게들도 있어 화가 날 지경이다. (ex. 최강금) 신당역과 청구역 사이에 위치한 카츠토오 역시, 그런 우후죽순 생겨나는 그저 그런 일식 카츠집에 불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집은 달랐다. 카츠 자체의 부실함을 덮기 위해 조악하게 (밸런싱을 무시한 채로) 가짓 수만 늘려 배치되는 밑반찬의 눈속임이 없다. 최소한의 느끼함을 잡기 위한 무, 배추김치, 양배추 반찬이 전부이다. 그런데 밑반찬들이 너무 나대지도 않고, 너무 형식적이지도 않고 아주 깔끔하게 준비된 상태로 절묘하게 주인공을 보좌한다. ‘밑’반찬이란 본디 이래야 하는 것이다. 주인공인 돈카츠는 어떨까? 치아 상태와 구조가 남들과 좀 달라서, 나는 앞니로 음식을 잘 잘라먹지를 못 한다. 돈카츠, 특히 잘라먹기 힘들 정도로 두꺼운 일식 돈카츠 같은 고기 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실 꽤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이런 나조차도 이렇게 쉽게 잘라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질감의 등심 돈카츠는 너무 오랜만이어서 깜짝 놀랐다. 육질만이 아니라, 정말 절묘하게 잘 익히고 숙성한 고기에서만 나는 풍미가 잘 우러나왔다. 순전히 등심 본연의 맛만으로,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웃음이 나오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딱 적도와 중용을 지킨, 넘치지도 부족하지 않은 모든 요소들간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기본에 충실한 훌륭한 요리였다. 미식을 통한 감동이라는 것은 이렇게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그 기본을 끝까지 절박하게 지켜내는 요리에 찾아오는 것 같다. 이런 가게가 아직도 웨이팅도 없고 자리가 텅텅 비어있다는 것은 좀 비극인 것 같다. 과대평가된 가게들이 즐비된 마포 쪽 말고, 이 쪽 동네의 이런 돈카츠 집도 주목을 받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카츠토오

서울 중구 다산로36길 11 동산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