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호이에서 은은히 새콤달달한 분짜를 먹고 일어서니 근처 빌리언박스의 짭짤한 슬라이더가 생각나 디저트 느낌으로 들러보기로 함. 가까워서 걸어서 이동해 가게 앞에 도착하니 가게가 작아선지 아니면 기대만큼 깔끔하진 않은 분위기 때문인지 역시나 손님은 보이지 않았고 가게 문으로 다가서니 핸드폰을 보며 쉬고 계시던 주방을 담당하시는 남자 점원분이 일어나서 주방 뒤로 사라지시고 카운터 담당 여자 점원분도 고개를 드심. 메뉴는 잘 알아서 딱히 볼 것도 없이 더블더블 슬라이더 한 개를 부탁드림. 달랑 세 개뿐인 카운터 자리 중 한 군데에 앉아 기다리니 어느 정도 기다려 더블더블 슬라이더가 준비되서 가져다 주셨고 아담한 슬라이더는 역시나 좋아보이는데 박스에 든 더블더블 슬라이더를 꺼내려는데 갓 조리되어선지 영어 표현으로 piping hot으로 뜨거워서 잠시 박스 밖으로 나왔던 슬라이더를 놓치니 다시 박스 안으로 들어감. 손가락을 입 안에 넣고 잠시 식힌 후 박스를 살짝 기울여 조심스럽게 꺼내 한 입 베어무니 번은 잘 구워진 쪽은 가볍게 바삭함이 느껴지고 구워지지 않은 쪽은 촉촉함과 버터의 향이 좋아 역시 좋구나 하게 되고 패티는 짭짤촉촉해서 육즙이 뚝뚝 떨어지고 잘 녹은 치즈는 나초 치즈 딥이 생각나는 맛으로 쿰쿰하면서도 은은한 매콤함도 느껴져 웬만한 짝퉁 수제버거는 상대가 안 되는 느낌이어서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걸 참음. 슬라이더여서 세네 번 베어무니 금방 없어졌지만 그래도 더블더블이어서 풍미는 더 진해 아쉬움을 달래주는 느낌임. 같이 곁들여주신 냅킨과 물티슈로 손을 깨끗이 닦은 후 가게를 나오면서 여점원분께 더 맛있어 진 것 같네요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와 더운 여름 속으로 들어감. 전체적으로 이미 두 번이나 들렀었지만 흔한 수제버거들과는 차별화되는 맛의 슬라이더를 내놔서 좋은 여기 빌리언박스에 오랜만에 재방문해봤는데 가게가 아담해서 여럿이 편히 먹고 가기엔 불편하고 깔끔한 분위기도 아닌 건 좀 아쉽지만 나름 오리지널 느낌의 슬라이더가 좋아서 계속 방문하게 되는 기분 좋은 방문이었음.
빌리언박스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