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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anghymn
추천해요
4년

우주옥에서 비빔냉면을 먹고 나와 원랜 펌킨파이와 레몬파이가 맛있다는 뭄미에 들르려다가 날씨가 더워 지난번에 새벽님의 리뷰에서 본 말차빙수가 좋아보였던 부빙에 들러보기로 함. 부빙 앞에 도착하니 웨이팅하는 사람이 많진 않아 보여 기다려서 먹고 가려고 했는데 가게 앞에 줄서기 시스템이 있고 보니 웨이팅이 20팀이 넘게 있어 아무래도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가게 유리창에 광고하고 있는 부빙 가회점을 갈까하고 네이버지도를 보니 부빙이 수요미식회에 나온 가게라고 해서 순간 쎄함. 난 티비같은 데 나온 가게들에서 좋았던 경험이 거의 없어 망설이다 그래도 한 번 들러볼까하고 향하던 길에 망플을 보니 수정과가 궁금해 가고싶다에 세이브해뒀던 여기 소천이 보이고 메뉴 중에 팥빙수도 있길래 수요미식회에 나온 가게란 것도 찝찝해서 차라리 소천에 들르기로 하고 목적지를 바꿈. 좁은 골목을 지나 가게 앞에 서 하늘을 보니 여름의 한 가운데구나 싶게 새파란 하늘 위엔 흰구름이 둥둥 떠있음. 상상에선 뭔가 건물 2층쯤에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고 1층에 위치해 있었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비교적 아담한 사이즈의 가게엔 전화통화중이신 여사장님만 계셨음. 가게엔 손님이 나 혼자여서 팥빙수만 맛있으면 대박인데 하며 안내해주신 창가 제일 넓은 테이블에 앉으니 전화통화를 끝내시곤 메뉴를 가져다 주셨는데 수정과도 궁금했지만 날씨가 더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자가제조하신 팥이 올라간다는 팥빙수를 부탁드림. 가게 안에선 전통찻집에서 나는 은은한 냄새가 나고 창밖의 풍경도 푸릇푸릇 우리나라 느낌 뿜뿜이어서 더욱 기대감이 커짐. 얼음을 가시는가 싶더니 간 얼음 위에 팥을 올리신 후 연유를 뿌리시고 고명 등을 올리시곤 한과와 같이 내어주심. 슥 보니 볼륨감이 좋은 팥빙수의 비주얼은 팥빙수 전문점이 아니어선지 수수한 느낌인데 고명으로 올라간 것들을 보니 단가는 비쌀 것 같지만 팥빙수에 올라가는 고명으로 어울릴지는 모르겠는 건 크랜베리나 마카다미아 넛이 보임. 한 스푼 떠서 맛을 보니 빙수가 너무 생 얼음을 간 건데다 질감도 요즘 접하기 쉽지 않은 옛날 느낌 그대로의 것이고 올라간 팥에 더해 비교적 많이 뿌려주신 연유의 달달함이 비교적 진해서 집 근처 강정이넘치는집 같은 데서 맛봤던 나름 수준있는 클래식한 맛의 팥빙수와는 거리가 있는 아마추어적인 맛이어서 실소가 나옴. 고명으로 올라간 건 크랜베리는 맛을 보니 진짜 크랜베리가 맞았고 마카다미아 넛은 소금이 가미된데다 마카다미아 넛 자체가 버터리한 맛이어서 팥빙수와는 어울리지 않아 비싼 재료가 들어간 건 좋지만 역시나 언밸런스해서 아마추어적인 조합이 재밌음. 한과는 성신여대입구역 근처 병과점 임오반 같은 전문점의 것이 아닌 흔한 것이어서 딱히 할 말은 없음. 그래도 시원하게 먹은 후 잠시 가게를 나가신 여사장님이 오시길 기다렸다 계산 후 가겔 나옴. 전체적으로 원래 들르려고 했던 부빙의 웨이팅이 길어 대신 수정과가 궁금해서 가고싶다에 세이브해뒀던 여기 귀천에 먼저 들러봤는데 오늘 맛본 팥빙수는 별로와 괜찮다 사이의 어디쯤이지만 넉넉한 볼륨감과 아마추어적인 맛이 재미있고 가게를 나 혼자 전세내고 여유롭게 즐긴데다 노포의 프리미엄을 더해 맛있다로.. 하지만, 팥빙수를 먹으러 들르진 않을 것 같고 수정과나 전통차를 맛보러 재방문 할 의사는 있음.

귀천

서울 종로구 인사동14길 14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