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가 당기는데 요즘 딱히 끌리는 수제버거 가게는 안 보여 뭔가 볼륨감이 부족해 보여 선뜻 내키진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 퀄리티가 뛰어나 부족해 보이는 볼륨감을 상쇄해 줄만한 함박스테이크를 내놓는 가게일까 싶어 궁금했던 미오도쿄다이닝에 들러보기로 함. 산책 겸 걸어서 향하다 여기 성수일구가 보여 어디선가 봤었던 것 같고 메뉴에 카이센동이나 마구로동도 보여 궁금했지만 일단은 지나침. 미오도쿄다이닝이 있는 건물 앞에 섰는데 여러 가게들 중에 미오도쿄다이닝은 안 보여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피니 간판은 따로 없이 가게 앞에 세워놓는 작은 패널만 있어 안 보였던 거였음. 2시쯤이었는데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가게 입구에서 기다리고 계셨던 것 같은 사장님은 재료가 다 떨어졌다고 미안해 하시는데 함박스테이크도 재료가 다 떨어지는 건가 좀 황당했지만 어쩔 수 없었고 근처에 해동도 제대로 안 된 마구로동을 내놓는 것 같던데도 잘 되는 걸 보면 일본에서 온 브랜드라 맛있다고 최면을 걸면서 먹는 건가 싶은 마구로쇼쿠도도 있었지만 그보단 좀 전에 지나치면서 봤던 성수일구가 신상가게여서 열정뿜뿜일까 싶어 들러보기로 함. 가게 앞에 도착하니 라스트오더가 2시 반까지라고 되어 있는데 다행히 2시 반 전이어서 들어가니 안으로 깊숙한 타입의 가게엔 커플 손님 한 팀만 있었고 점심을 먹을 수 있는지 오너셰프로 보이는 분께 문의를 하니 가능하다고 하셔서 자리에 앉음. 시원한 둥굴레차가 들어있는 피처와 메뉴를 갖다주셔서 카이센동도 궁금했지만 메뉴 이름에 시그니처란 단어가 들어간 흔히 아는 츠케한 마구로동 느낌일 것 같은 시그니처 일구동을 부탁드림. 어느 정도 기다려 시그니처 일구동이 나왔는데 지난번 송리단길 근처 보길의 장어타레구이 덮밥이 생각나는 미니어처 사이즈여서 이렇게 장사할 수 밖에 없는 건가 씁쓸한 웃음이 나옴. 일단 시그니처 일구동이 든 그릇 사이즈가 일식당 같은 데서 흔히 밥이 담겨져 나오는 것과 같은 사이즈로 지금은 전보단 좀 못해진 느낌이고 가격도 좀 오른 것 같아 관심이 좀 떨어졌지만 마구로동의 퀄리티가 월등히 좋아 여러번 방문했던 쌍문역 근처 이코이나 아니면 맨 마지막 두 장의 마구로동 사진을 찍었었던 지금은 일일시호일로 바뀐 예전 마구로신사의 1만원 짜리 마구로동과는 갭이 커서 기대감이 수직하락함. 그래도 슥 보니 그마저도 참다랑어가 아닌 눈다랑어라고 설명 들은 참치는 유치원 아이들이 먹기 쉽도록 잘게 썬 깍두기 사이즈로 썰어져 조금만 들어있고 양파와 부추가 많은데 젓가락으로 떠서 맛을 보니 고깃집 같은 데서 흔히 보는 후추 맛도 좀 나고 새콤은은히달달하게 버무러져 나오는 부추 무침 같은 맛으로 흔한 츠케한 마구로동의 맛과는 달라 느끼함을 잘 느끼는 우리나라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한 것 같은 맛임. 참치는 차갑진 않더라도 생참치 같이 느껴지는 정도로까지 잘 해동이 되진 않고 밥은 살짝 설 익은 느낌임. 미소시루엔 미역 대신 매생이가 들어간 게 좀 다르고 김이 또 나왔길래 마구로동도 김에 싸 먹으라는 건가 싶었지만 그렇게 먹고 싶진 않고 시그니처 일구동이 별로여서 김이라도 먹자 싶어 레몬 슬라이스가 들어간 간장에 찍어 그냥 먹고 자리에서 일어남. 전체적으로 카이센동 같은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내놓는 신상 가게 같아 들러서 시그니처 일구동을 맛봤는데 볼륨감도 빈약하고 맛도 그냥 그랬어서 별로와 괜찮다 사이의 어디쯤이지만 신상 가게여서 나아지길 바라는 맘으로 괜찮다로..
성수일구
서울 성동구 성덕정17길 3-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