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아버지 지인댁을 방문하느라 남산동에 자주 놀러 갔었는데 으리으리해 보였던 동보성의 입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을 정도임. 우리집은 중식을 좋아해서 여러 유명 중식당을 많이 가봤지만 이상하게도 여기 동보성은 못 가봤었는데 언젠가 명동역 근처로 옮긴 동보성이 그 동보성인 줄은 몰랐었음. 그러다 최근 Luscious.K님의 리뷰에서 보고 그 때 그 동보성의 강남점이 선릉역 근처에 있는 걸 알게 됐고 마침 딱히 들르고 싶은 가게도 없던 차에 어렸을 때 궁금증을 풀고싶어 들러보기로 함. 영업중인지 확인차 미리 전화로 문의를 하니 영업중이라고 하고 명동점에 대해서도 문의를 하니 명동점은 이제 닫아서 강남점뿐이라고 해서 혹시나 명동점도 있으면 좋아하는 중식당인 더라운드의 경우 본점 느낌인 청담점보다 삼성점이 더 좋았던 것처럼 어느 지점을 방문해야 좋을까 선택할 필요가 없어 맘 편히 강남점으로 향함. 동보성으로 향하면서 선릉을 지나는데 완전 가을 느낌 뿜뿜임. 가게는 전에 결혼식 방문차 한 번 방문했던 샹제리제센터 2층에 위치해 있었고 멋지게 꾸며진 가게 입구로 들어서니 그쪽은 룸만 있는 곳이라고 하고 홀이 있는 곳으로 안낼 해주셔서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뭔가 옛날 스타일로 번쩍번쩍하게 꾸며졌고 말투에서 화교 느낌인 여점원분이 안내를 해줘 자리에 앉으니 따뜻한 재스민 차와 메뉴를 가져다 주심. 메뉴를 스캔하면서 잡탕밥이나 유신슬밥을 맛볼까 하다 요즘 보면 가게는 뭔가 고급 느낌인데 나오는 음식을 보면 싼 느낌 뿜뿜인 해산물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그냥 기본적인 탕수육을 맛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주문하려니 사천식 탕수육이 추천 메뉴라고 표시되어 있어 난 매운 탕수육은 안 좋아해서 매운 탕수육은 매운 탕수육이 유명하다는 숙대 정에서만 한 번 맛봤었을 뿐인데 추천 메뉴라니 혹시나 일반 탕수육보다 더 신경을 써서 갓 조리해 내어줄까 부탁드림. 밑반찬으로는 고추 기름 베이스의 자차이와 양배추 피클, 깍두기가 세팅되고 좀 시간이 걸릴까 했는데 의외로 빨리 주방장님이 가져다 주심. 볼륨감이 좋을까 기댈 했는데 슥 보니 그런 느낌은 아니었고 비주얼이 딱히 고급진 느낌은 아님. 어떤 맛을까 두근대며 한 개를 집으려는데 소스가 찐득한 타입이어서 탕수육들이 쉽게 떨어지진 않아 약간 젓가락을 힘을 줘 집어 맛을 보니 일단 처음에 든 생각은 이건 고급 호텔 같은데 말고 흔한 예식장 뷔페 같은 데서 맛보는 타입의 탕수육 맛과 질감이어서 설마함. 기대보다 일찍 나왔나 싶더니 한 번 튀겨놨던 걸 한 번 더 볶아서 나온듯 온도감이 충분히 높지도 않고 살짝딱딱푸석한듯한 튀김옷의 질감에 조금만 들어있는 돼지고기는 좋은 육즙이나 육향과는 1도 상관이 없이 살짝 잡내도 나나 싶은 역시나 2류 뷔페에서 맛보는 타입이어서 현 중국대사관 영사부 자리에 으리으리하게 있던 홍보성의 탕수육 맛이 이런 거였나 싶어 씁쓸함. 소스는 매콤함은 거의 없이 케첩이 들어가 새콤하면서 물엿도 들어갔는지 달달끈적해 시장 치킨집에서 파는 양념치킨도 생각나는 맛이고 뭔가 고급진 면은 1도 없어 점차 실망하며 빠르게 흡입후 혹시나 싶어 다른 식사 메뉴도 맛볼까 했지만 더 큰 상처를 받을까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 식사를 따로 안하시면 메실차를 내어주신대서 시원한 매실차를 마시는데 매실차도 안 인상적이어서 다시 한 번 재스민 차를 따라 입을 헹구고 자리에서 일어남. 전체적으로 어렸을 때 궁금했던 남산 동보성이 선릉에 있다고 해서 최근에 들렀던 비슷한 옛날 느낌의 가게인 청운동 중국이나 방배동 만다린과 비교도 하고 궁금증도 풀고자 들러봤는데 시장에 있는 치킨집 같은 데서 파는 양념치킨이 생각나는 맛의 사천탕수육은 흔한 예식장 뷔페 같은 데서 맛보는 수준의 탕수육이어서 실망스러웠고 가게를 나오니 웨딩홀이 보여 맞다 딱 저런 웨딩홀에서 맛보는 탕수육 느낌이네 하는 경험이었고 가격도 비싸 별로로..
동보성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406 샹제리제센터 에이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