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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anghymn
추천해요
6년

지난번 정민님의 리뷰에서 봤던 여기 전주콩나물국밥이 궁금해서 가고싶다에 세이브해뒀다 오늘 들러봄. 이 집에 들러보고 싶었던 첫번째 이유는 난 커서도 콩나물국밥이 뭔지도 몰랐었는데 예전에 가족인원이 콩나물국밥을 좋아한다면서 먹는걸 보곤 처음으로 맛을 봤었는데 그냥 맑은 타입이면서 살짝 칼칼하고 콩나물만 많이 들어있어서 엄마가 소고기를 넣고 해 주셨던 콩나물국보다도 못한 느낌이어서 왜 먹는거지 했었음. 물론 엄마가 해주셨던 소고기 콩나물국도 국에 들어있는 고기는 싫어해서 다 건져내고 먹었었지만.. 그런데, 여기 콩나물국밥은 내가 그래도 익숙한 반찬인 장조림으로 간을 맞추는 타입이라고 해서 장조림이 나랑 멀게만 느껴지는 콩나물국밥 사이를 중간에서 어떻게 해서든 이어줄 것만 같은 느낌 때문이었음. 두번째 이유는 요즘 유튜브에서 보면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도 나도 못 먹는 국밥집이나 순댓국집 아니면 감자탕집 등등 같은 델 가서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난 그래도 한국사람인데 너무 한국음식을 못 먹는거 아닌가 해서 앞으로는 열 번에 한 번 정도는 맛있는 집 위주로 한식을 파는 가게도 방문해서 한식 스펙트럼을 좀 넓혀야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음. 엄마가 요리를 잘 하시는 편이셨고 어려서부터 오므라이스나 비후까스 등등 양식을 많이 해주셨고 우리집에서도 하드코어적인 한식인 김치만두나 청국장 등은 엄마가 좋아해서 나도 잘 먹었지만 다른집만큼 한식을 많이 먹진 않았었고 종류도 먹는 것만 먹어서 다양하게 먹진 않았었음. 위치는 어디쯤인지는 잘 알았는데 아무래도 한식집이라 혼밥 손님은 덜 반가워할 것 같아서 한가할 것 같은 1시를 지난 시간에 가게에 도착해 가게문을 여니 예상대로 손님 2팀 정도만 있어서 한가했고 테이블에 앉아 메뉴는 볼 것도 없이 콩나물국밥을 부탁드림. 이런 타입의 한식가게에서 흔히 보는 손이 빠르고 능숙한 이모님은 리뷰에서 봤던 간을 맞추기 위한 장조림과 국밥에 넣지는 않았지만 청양고추를 채썬 것 그리고 묽은 타입이면서 은은달달하고 식감이 쫄깃아삭시원해서 좋았던 우리나라 깍두기와 앞접시를 가져다 주심. 어느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팔팔 끓는 콩나물국밥이 뚝배기에 담겨 나옴. 밥은 따로 가져다 주시나 하는데 안 가져다 주셔서 밥은 이미 들어있는건가요?라고 여쭤보니 그렇다고 하심. 태어나서 처음 내가 시켜본 콩나물국밥인지라 앞접시가 어디에 필요한지 어떻게 먹는 건지 몰라서 이모님께 여쭤보니 콩나물국밥이 뜨거우니 앞접시에 덜어서 먹고 간은 장조림과 테이블 위에 비치된 새우젓으로 맞추라고 알려주심. 아무것도 안 넣고 먼저 수저로 국물을 떠서 맛을 보니 간이 전혀 안 됐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의 감칠맛이 있어서 그냥 이대로도 괜찮은 거 아닌가 했고 예전에 가족인원이 먹던 콩나물국밥과는 달리 뭔가 더 나은 느낌이었음. 설명들은 대로 새우젓을 적당히 넣고 장조림도 맛을 보니 짭짤했지만 막 간장 같은 정도는 아니었고 장조림도 적당히 넣어 잘 섞고 다시 국물 맛을 보니 간장 베이스의 장조림 덕분에 좀 더 간이 생기면서 감칠맛이 더해져 낫구나 함. 앞접시에 덜으면 안 예쁠것 같은 느낌이어서 그냥 호호 불면서 먹기 시작하는데 밥알 하나하나가 마그마처럼 느껴져서 어떻게 밥알이 이렇게 뜨거울 수 있지 함. 그래도 그렇게 호호 불면서 먹으니 내가 좋아하는 설렁탕만큼은 아니지만 장조림이 들어가 감칠맛이 더해진 콩나물국밥은 맑은 느낌이면서도 살짝 칼칼하면서 고기맛도 나고 나름의 시원한 매력이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어서 이래서 콩나물국밥을 먹는건가 함. 곧 이모님들도 주방의 불을 끄시고 점심을 드시기 시작하는데 주방에서 나온 이모님은 설겆이를 하면서 물이 묻지 않게 방수 재질로 된 앞치마를 한 채로 식사를 하시고 이모님들의 얼굴을 보니 이런 이모님들이 뒤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셔서 우리나라를 멋진 나라로 만드신 숨은 영웅들인 것 처럼 느껴져 갑자기 목이 메이고 눈물이 핑 도는 느낌이어서 잠시 숟가락을 놓고 먼 곳을 보며 심호흡을 함. 난 지난번 성북동돼지갈비집도 그렇고 이런 한식집에서 재빠른 손놀림으로 능숙하게 일하시는 이모님들을 뵈면 자꾸 목이 메이는 느낌이어서 콩나물국밥을 먹는 내내 심호흡을 몇 번 함. 깍두기가 시원아삭새콤해서 리필을 두 번이나 해서 먹음. 아마도 일 년에 먹을 깍두기 양의 반 정도는 오늘 먹은 듯.. 가져다 주신 장조림을 다 넣으니 콩나물국밥의 색깔이 살짝 브라운 빛으로 변하고 감칠맛은 배가 됐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콩나물국밥을 딱히 좋아하는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맛있게 먹고 자리에서 일어남. 계산을 하는데 메뉴에 써진대로 진짜 6천원이어서 요즘 이 가격에 먹을 수 있는 데가 흔치 않은데 가격도 좋다고 생각함. 가게엔 여기저기 좋은 글귀도 쓰여 있어서 부모님이 생각남. 태어나서 처음 주문해 본 콩나물국밥은 국밥 자체도 괜찮았는데다가 장조림의 감칠맛과 고기맛까지 더해지니 더 맛있었어서 멀게만 느껴졌던 콩나물국밥과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 든 즐거운 경험이었음.

전주콩나물국밥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길 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