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상궁님의 리뷰에서 봤던 여기 유빈왕돈까스는 지난번에 근처 라무라에 들렀다가 위치를 봐뒀었는데 이틀 연속 갈치조림백반을 먹다보니 기름진게 당겨 들러보기로 함. 가게의 외관이나 기미상궁님이 언급하셨던 왕십리 행운돈까스도 예전에 들렀었던지라 우리나라식 얇은 돈까스를 내놓는 가게인 줄은 대강 알고 있었음. 점심시간이 좀 지나 들르니 손님이 3-4명 정도 있었고 원래대로라면 돈까스나 아니면 생선까스도 좋아해 돈까스와 생선까스 콤보 메뉴인 생선돈까스를 주문했겠지만 전에 권오찬님이 이런데선 무조건 정식이라고 하셨던 말도 기억 나고 기미상궁님의 이 가게 리뷰 아래 튀김계대부님이 정식을 시키니 역시 배운 분이라고 언급했던 것도 기억이 나서 원래 이런 가격대의 우리나라식 얇은 돈까스를 내놓는 가게에선 비위가 약한 편이라 함박까스에서 혹시나 질깃한 이상한 부위를 씹거나 하면 헛구역질이 나올까봐 잘 안 시키는데 배운 사람이 되고 싶어 용기를 내서 메뉴 맨 위의 유빈정식을 주문함. 먼저 물과 맛보지 않아 무슨 맛인지는 모르는 중국산 김치와 산고추절임 그리고 이런 느낌의 가게에서 기대하는 살짝 탄 맛도 나던 맑은 우동국물도 나옴. 어느 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주문한 유빈정식이 나뫘는데 양은 제법 볼륨감이 있게 느껴졌고 가니쉬로는 은은하게 단맛이 돌던 마카로니 샐러드와 싸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이 올라간 양배추 샐러드, 길게 썰린 단무지 두 피스가 올라가고 밥은 앙증맞은 양이어서 나중에 리필을 부탁함. 까스류를 살펴보니 생선까스는 의외로 신선하게 튀김옷이 기름을 살짝 머금게 잘 튀겨졌고 타르타르소스엔 당근이 잘게 채 썰려 들어있음. 돈까스는 브라운 소스로 완전히 덮혀있고 함박스테이크라고 생각했던 건 자세히 보니 뭔가 빵가루 튀김옷이 입혀져 있어 메뉴를 다시 보니 함박스테이크가 아닌 함박까스라고 쓰여 있였는데 함박까스란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아마도 멘치카츠를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았고 역시나 브라운 소스로 덮혀있음. 포크와 나이프를 꺼내 먼저 돈까스를 잘라 맛을 보니 역시나 얇은 우리나라식 돈까스였는데 잘 튀겨졌고 잡내 같은 건 전혀 안 났고 대신 우리나라식의 얇은 돈까스다 보니 좋은 육향 같은 건 당연히 기대할 수 없고 브라운 소스에선 뭔가 수돗물 냄새 비슷한 아무튼 옛날 소스 같은데서 가끔 맛봤던 그런 추억 비슷한 맛이 남. 다음엔 함박까스를 나이프로 잘라 맛을 보니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섞였다는데 돼지고기가 대부분인 듯 패티의 색이 연한 브라운 빛이 도는데 고기가 적당히 덩어리가 있는게 아닌 비교적 곱게 갈아져 치댄 타입으로 식감이 소시지나 어묵을 씹는 느낌이었고 잡내를 잡으시려고 많이 노력을 하셔선지 역시나 좋은 함박스테이크 느낌의 육향은 없이 돈까스와 비슷하게 브라운소스의 맛으로 먹는 느낌이었고 두려워했던 뭔가 덩어리가 한 개 씹혀 조심히 뱉어냄. 당연히 멘치카츠로 유명한 합정 카츠만의 것과 비교한다는 게 어불성설이지만 이런 타입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도.. 제일 좋아보였고 나도 좋아하는 생선까스를 나이프로 잘라 맛을 보니 잘 튀겨지게 보이는 느낌대로 지난번 부자에서의 성선까스와는 달리 명태의 향도 은은히 좋고 아주 촉촉쫀득하진 않았어도 좋아서 제일 맘에 들었고 그냥 생선돈까스를 시켰을 걸 후회함. 그래도 다 깨끗이 먹을때 쯤 혼밥 손님 두 명이 들어와 한 손님은 나와 같이 유빈정식을 주문하고 또 다른 손님은 생선돈까스를 주문하길래 나도 저렇게 시켰을 걸 함.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식의 얇은 돈까스를 내놓는 가게인 줄 알고 들러봤는데 이런 경양식 타입의 우리나라식 돈까스라면 클래식 느낌 뿜뿜인 인천 잉글랜드왕돈까스나 아니면 멀지 않은 곳의 관훈클럽이나 문경올드의 것이 확실히 좋은 느낌이지만 그 쪽 가게들은 살짝 가격대가 있는데 반해 브라운 소스 맛은 좀 아쉬웠지만 이 가격대의 돈까스치곤 괜찮게 잘 튀겨진 맛이었고 함박까스는 잡내를 잡으려다보니 고기의 좋은 향 같은 것도 없는데다 소시지나 어묵 같은 식감의 것이어서 별로였지만 생선까스는 잘 튀겨진데다 명태의 향도 좋아 괜찮다로.. 돈까스를 시킨 손님을 보니 제법 볼륨감이 있는 돈까스가 두 덩어리나 나오던데 그냥 돈까스나 아니면 좀 더 좋았던 생선까스와 돈까스 콤보인 생선돈까스를 시켰었다면 가격 대비 좋아 맛있다로 했을 수도..
유빈 왕돈까스
서울 중구 충무로 4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