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게는 지난 두 번의 방문에서 돈테키를 맛있게 먹었던 연남동 다인의 인스타에서 보고 등록도 하고 가고싶다에 세이브해뒀었는데 요즘 너무 집에 있다 보니 또 어디라도 나가고 싶어 어딜 가볼까하다 생각난 곳이 지난번에 신비갈비살에 가면서 지나치다 보고 궁금해서 보니 괜찮은 가게 같아 보였던 스시츠바사와 여기 아카사니 두 군데였고 다행히 둘 다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는데 집에서 멀고 가고싶다에 세이브해둔지도 오래된 아카사니를 먼저 들르기로 하고 하루 전에 예약을 함. 난 저녁에 술을 잘 마시거나 하질 않아 주점 느낌인 아카사니를 좀처럼 갈 일이 없겠다 했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점심에 일인당 45,000원인 오마카세(맡김요리)를 시작하신다고 해서 드디어 들러볼 수 있겠다 생각하고 있었음. 메뉴를 보니 뭔가 한식과 일식, 양식의 퓨전 느낌이었는데 퓨전을 좋아하거나 맛있게 즐겨본 경험은 없지만 다시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함. 날씨가 추운 것 같아 나가기 싫어 괜히 예약을 했나 했지만 막상 나가니 그다지 춥지 않았고 길도 막히지 않아 30여분 정도 걸려 가게 앞에 도착함. 가게의 위치를 보니 전에 연남동쪽 중식당들을 다닐 때 라조육밥이 나름 좋아 두 번 정돈가 방문했었던 백리향이 있었던 자리에 신축으로 들어선 건물의 2층에 있었고 주차할 자리가 차 있어서 적당히 근처에 주차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감.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따로 손님은 없고 우리뿐이었고 맡김요리여서 카운터석에 앉으려고 했는데 창가쪽 테이블로 안낼해주셔서 앉음. 레몬이 들어간 물이 놓여있고 테이블 위에 올려진 맡김요리 코스를 훑어봄. 12시 반이 되어 시작해도 되는지 오너셰프분이 물으셔서 네라고 답하니 김부각이 특이하고 새콤하게 절여진 방울토마토, 미소소스가 올라간 아보카도 등으로 구성된 볼륨감이 좀 빈약한 거 아닌가 하는 샐러드가 나오고 간단한 설명을 해주셔서 먼저 김부각을 맛을 보니 김부각을 좋아해서 맛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바삭한데 특별히 우와하는 맛이거나 하진 않고 미소소스는 존재감이 특별하진 않음.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미국식이나 차라리 일본식이 아닌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플레이팅에 힘을 준 프랑스 요리 느낌의 플레이팅인 것도 내 취향과는 다른 느낌임. 곧 이어 해남고구마칩이 곁들여진 폭신하면서 달달한 일본 느낌의 계란말이가 나왔는데 달달폭신한 계란말이는 좋지만 해남고구마칩은 계란말이와의 특별한 궁합이 뭔지 잘 모르겠는 느낌이고 말 그대로 칩이어선지 해남고구마의 맛이 충분히 느껴지거나 하진 않아 존재의 의미를 딱히 모르겠는 느낌임. 음식들이 다 볼륨감이 적어 혹시나 다 먹고도 배고픈 거 아닌가 할 때쯤 다음 코스인 나메로우가 나왔는데 볼륨감도 괜찮고 난 등푸른 생선을 좋아해선지 가끔씩 느껴지는 시소의 향긋함과 양파의 새콤달달함이 나름 좋아 미소가 지어짐. 가족인원은 등푸른 생선 특유의 향에 민감해선지 나한테 덜어줘서 난 더 좋고 역시나 이런 일식 느낌이 좋은 건지 스시츠바사를 가는 게 더 좋았었을까 하게 됨. 다음으로 그라나파다노 치즈와 채 썬 루꼴라가 올라간 아마도 스파게티니면을 사용한 것 같은 라구 파스타가 나오고 역시나 볼륨감은 살짝 아쉬운 느낌이지만 7코스여서 코스가 끝날 때쯤은 배가 배부를지도 모르겠는 느낌이고 금방 흡입을 했는데 가족인원은 좀 느끼하다고 해서 난 뭐가 느끼한 거지 했지만 아무튼 피클을 좀 부탁드릴까 하니 그래달라고 해서 다음 요리인 참돔구이와 오징어먹물리조또가 나올 때 피클을 좀 부탁드리니 대신 새콤하게 절인 채 썬 고추장아찌를 가져다 주심. 참돔구이라고 해서 뭔가 제법 볼륨감이 있는 걸 기대했었는데 거의 스시 위에 올라가는 네타 정도의 사이즈였고 맛을 보니 충분히 촉촉하거나 하진 않았고 오징어먹물리조또도 맛이 인상적이거나 하진 않음. 아마도 거의 메인인 것 같은 무항생제 오리스테이크가 나왔는데 당근퓨레가 가운데 끼얹어져 있고 제법 두툼한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 두 피스가 올라가 있는데 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말고 다른 고기는 잘 안 먹는데 이번 기회에 같이 곁들여진 유즈코쇼를 얹어 다시 한 번 맛을 보니 껍질에서 배어나온 기름기와 가슴살은 나름 촉촉한데 그렇다고 닭고기보다 더 좋은지는 모르겠는 느낌이고 가족인원은 입맛에 잘 안 맞는다고 얼굴로 싸인을 보내면서 한 피스를 나한테 건네줌. 마지막으로 수제 제철 딸기 아이스크림이 나왔는데 가게 이름인 아카사니의 뜻을 여쭤보니 애써 찾던 것을 발견했을 때 가볍게 내는 감탄사 같은 순우리말이라고 설명을 해주심. 수제라서 어떤 느낌일까 은근 기댈하며 맛을 보니 살짝 딱딱한 느낌이면서 질감은 미세한 얼음결정이 느껴지고 맛은 저렴한 뷔페레스토랑 같은데서 맛보는 고급은 아닌 아이스크림의 맛이어서 살짝 실망함.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차를 준비했다고 하셔서 다시 앉으니 보이차를 따라주셔서 맛을 보니 역시나 특별한 맛이나 질감은 안 느껴지는데 그래도 마지막을 차로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 좋음. 가겔 나와 나도 그랬는데 가족인원은 차라리 조선호텔 나인스게이트의 주말코스가 훨씬 낫다고 하고 지난번에 들렀었던 동네 까폼의 쌀국수가 먹고 싶다고 함. 전체적으로 우라나라 음식을 베이스로 한 퓨전음식을 내놓는 가게라고 해서 궁금해 방문해봤는데 음식들에서 특별히 우리나라 음식이 중심인 느낌은 못 받았고 가끔씩만 살짝살짝 느껴졌는데 퓨전 스타일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퓨전의 완성도가 높은 느낌도 아니어서 특별히 인상적이진 않았던 방문이었는데 그래도 신상가게면서 오너셰프분의 열정뿜뿜이 느껴지고 다 먹고 나니 배도 불렀어서 괜찮다로..
아카사니
서울 마포구 동교로 278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