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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

추천해요

1년

📍큔, 경복궁 여러분들 오늘 밖에 다녀오셨나요? 따뜻할 거라는 말은 들었던 지라 대충 춥지는 않겠거니 했는데 웬걸! 봄이 찾아온 줄 알았어요 정말! 😮 밖순이는 또 이런 날 안 나가면 너무 억울할 거 같은데 마침 다행히 일행과의 약속이 잡혀 있어 오늘은 경복궁역으로 나들이 다녀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경복궁역에 저장해둔 ‘먹킷리스트’가 많은 편인데요, 오늘은 발효카페 #큔 에 방문하고 왔습니다. 예전에 홍대에 위치하고 있던 수카라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애정하는 곳 중 하나였는데, 코로나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해서였는 지 2020년에 폐점을 했었어요. 그래서 이제 수카라를 만나지 못하는구나, 하고 떠나 보내주려고 했더니만 큔이 이렇게 등장을 했지 뭡니까? 그렇다면 저는 또 방문을 해드려야지요. 큰 도로가에서 벗어나 골목 안에 위치한 큔은 다양한 채식요리를 선보이는 공간입니다. 계절채소, 그리고 발효 음식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라 그런지 굉장히 자연 친화적이고, 그런 모습이 요리 자체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라 큔이라는 공간 안과 그 안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분들 모든 구석구석에서 찾아볼 수가 있었어요. 이런 따뜻한 순간, 혹은 공간 자체를 애정하는 저로서는 들어가자마자 눈이 아주 뒤집힐 수밖에 없다 이거예요. 함께 온 일행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해서 다행이었어요. 계절채소로 요리를 하다보니 매번 메뉴판이 바뀌는 거 같더라고요. 오늘은 총 세 가지 샌드위치가 준비 돼 있었고 큔의 대표메뉴인 듯한 커리, 그리고 겨울채소 그라탕과 스프가 준비 되어 있었어요. 사실 음식 가짓 수가 많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이 준비가 되어 있어서 놀랐고, 음료 종류도 다양해서 정말 뜻밖이었어요. 그래서 뭘 먹을 지 고민을 더 해야했는데… 고민 끝에 가장 든든할 거 같고, 큔의 대표메뉴일 거 같은 구운 채소와 비건 발효 버터 커리와 비건 발효치즈 소스 겨울채소 그라탕을 주문했습니다. 우선 가장 메인인 것처럼 보였던 버터커리! 사진에서도 보이다시피 정말 처음 받자마자 ‘이건 예술작품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채소가 아주 가지런히 놓여있었어요. 템페와 연근,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버섯, 파프리카 등등 정말 다양한 채소가 있었는데, 그 중에 저는 템페와 연근, 그리고 토란이 진짜 맛있었어요! 커리는 채수 + 토마토 베이스에 향신료, 캐슈 두유 요거트를 넣어 뭉근하게 끓였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짭조름한 맛 < 단 맛이 더 많이 났어요. 그래서 밥이랑 어울릴까? 싶었는데 은근 또 궁합이 잘 맞더라고요? 근데 정말 이 플레이트의 킥은 템페, 연근과 토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근은 먹자마자 버터의 향이 훅 치고 올라왔는데, 이게 정말 비건 버터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그냥 버터가 주는 향과 비슷했어요. 모든 야채들이 두 조각씩밖에 들어있지 않아 감칠맛이 났지만 그래서 더 천천히 꼭꼭 씹어가며 음미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다음은 겨울채소 그라탕. 저는 그라탕하면 뭔가 헤비하고, 치즈를 가득 올려 묵직-한 오븐구이 요리가 연상이 되는데요. 오늘 처음 그라탕 접시를 받자마자 ‘내가 무슨 요리를 주문했더라?’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뭔가 라자니아 같기도 하고, 근데 또 색은 전혀 그렇지 않고… 너무 궁금해서 일단 한 입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연근, 순무, 그리고 감자가 층층이 잘 쌓여있어서 엄청나게 부드러워보이는 외관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각이 잡혀있고 식감도 꽤나 살아있는 편이었어요. 설명에는 세 가지 종류의 비건 발효치즈를 끓여내 화이트소스를 만들어 뿌렸다고 하셨는데, 소스가 자극적이지 않아 막 엄청나게 ~한 맛이다! 라고 정의하기는 애매한 맛이긴 했습니다. 아래층에는 생각보다 많이 베지 않아 슴슴한 맛밖에 나지 않았어요. 그러다 맨 위층을 먹던 순간, 고소달큼한 맛이 나더라고요. 뭔가 비지찌개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맛이었어요. 그라탕을 한국화시킨다면 이런 맛이 나려나? 그라탕 옆에는 당근라페가 함께 나왔는데, 당근라페를 세발나물과 귤과 함께 무친 거 같더라고요. 새콤상콤하니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라탕과 함께 오월의종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빵 두 조각이 나왔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빵들이 그라탕보다는 커리랑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았어요. 템페 곁들여 먹는데 진짜 너무 맛있어서 갑자기 머리 위로 버섯 포자 퍼지는 듯한 그런 맛, 뭔지 아시겠나요? 큔도 그렇고, 수카라도 그렇고, 제가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되고 또 그렇게 기대를 잔뜩 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실망하지 않고 돌아오는 이유는 아무래도 정갈한 플레이팅 때문인 거 같아요. 하루 종일 식당에서 서빙을 하다 보면, 플레이팅을 점점 신경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마련이잖아요. 근데 이 두 식당은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기다리게 되더라도, 기다림 끝에는 꼭 정갈한 식사 플레이팅이 제 눈 앞에 놓여있더라고요. 이렇게 대접받는 느낌, 그리고 나 스스로도 나를 대접해준다는 느낌이 좋아 자꾸 찾아가게 되는 거 같아요. 여지껏 서촌에 방문하면서 다녀왔던 식당들이 다 만족스러웠는데, 큔까지 이렇게 만족스러워보여서 오늘도 저는 경복궁/서촌 쪽에 한 번 더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꼭! 재방문하고 싶은 집이에요.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26길 17-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