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밥 7000 육지에 있는 가족들이 저의 얇은 옷차림새를 보고 안춥냐며, 감기 걸리니 뜨시게 입고 다니라고 잔소리를 해대는 계절입니다. 저번주까지만 해도 낮에 얇은긴팔에 긴바지만 입어도 땀이 삐질삐질나던 제주는 어느새 찬바람이 불어와 따뜻한 햇빛에도 가디건정도는 걸쳐줘야 선선한 온도가 되었어요. 아침에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새로운 숙소로 옮기는데 여행으로 지친 몸이 찬바람을 맞으니 덜덜 떨리더군요. 이런 날에는 든든한 순대국밥이다 싶어 전에 찾아놓은 한일식당을 들렀습니다. 동문시장 안 순대국밥 원탑은 역시 광명식당이겠지만 어느 땐가 제주도의 금하순대가 맛있다는 글을 봤고, 한일식당은 금하순대의 유통업체라는 글도 보았지요. 동문시장 안을 이리저리 헤매다 찾은 한일식당은 유명한 광명식당이나 오일장떡볶이 같은 식당과 같은 골목이에요(먹자3로23번입니다) 손님이 하나도 없어 살짝 망설였지만 힘차게 들어가 순대국밥 하나와 막걸리를 주문했습니다. 시장상인분들이 모여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시다가 제가 들어서니 다들 호다닥 흩어지셔서 수다시간을 방해한 건 아닌가 살짝 죄송해졌습니다. 반찬이 먼저 나오고 토렴이 된 순대국밥이 나옵니다. 순대국밥의 국물은 반찬이 짭쪼롬한 것에 비해 간이 약한 편입니다. 찬으로 나오는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 먹는 거라 생각이 들었지만 순대를 젓갈과 먹어도 순대국밥에는 젓갈 넣는 걸 싫어하는 저는 콩나물무침을 국밥에 넣어 섞어먹었습니다. 콩나물의 아삭함과 순대의 구수함이란... 순대는 당면 하나 안들어간 찹쌀과 피, 야채로만 구성되어있어요. 당면을 싫어하는 저에게는 아주아주 만족스러운 구성이지요. 순대 자체에는 참기름을 넣는지 기름의 고소한 맛이 너무 좋았어요. 혀를 데우는 뜨끈한 맛이 몸서리 쳐질 때 쯤 시원한 막걸리 한 잔 들이키면 크-! 소리가 절로 납니다. 광명식당을 가보지는 않아 맛 비교는 불가하지만 제주도 사투리를 들으며 시장을 왔다갔다 가게를 기웃거리는 손님들과 투박한 말투로 손님을 응대하는 사장님의 분위기조차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한일식당
제주 제주시 동문로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