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아하는 곳이라 아주 길게 뽈레에 감상평을 남겼는데 모두 날아간 적이 있어요. 저의 추억을 깃들여 열과 성을 다해 썼는데 허무하게 날아가 버린 뒤로 어쩐지 내상을 입어서 쓸 엄두가 안났지요 그 첫 글빨이 잘 나올런지 싶지만 그래도 써보렵니다 직선의 미니멀리즘과 노출 콘크리트 (요샌 그린그린한 플랜테리어 까지 🌿) 이젠 힙함을 넘어 진부함으로 잡았지요. 처음 앤트러사이트 카페를 갔을 때 그 생경함과 두근거림을 잊지 못하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이제 이 연식이 되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요. 왜냐 저는 캔모아를 거쳐 원목 프로방스풍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숱하게 다녀본 08 학번 이거든요 떼아떼베네는 종로 피아노거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바로 그 피아노거리) 에 있는 작은 이탈리안이에요. 지하 라는 위치적 de-merit 이 요새 유행하는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와 만났다면 저는 안갔을 거에요 ☺️☺️ 하지만 이곳의 프로방스풍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단정하면서 정겨워요. 물론 힙하지는 않지요. 게다가 으레 생각하는 이태리 레스토랑의 젊고 멋진 남자 셰프가 아닌 중년의 아주머니께서 위생모를 쓰고 재료 손질과 요리에 전념하고 계세요. 저는 이 풍경이 특히 좋았어요. 그 당시 인테리어를 좇아, 그 당시 유행하던 메뉴로 가게를 오픈했지만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같은 인테리어로, 같은 메뉴로, 같은 맛을 낸다는 것은 이쯤해서는 한 물 간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스타일이겠지요. 맛이요? 맛있어요. 제가 볼때 우리나라 외식업계는 밀물이 밀려오듯 외세의 음식이 광풍처럼 몰아닥치고는 그 나름의 현지화와 자생력을 통해 스테디 메뉴로 자리잡아간다고 생각하는데 (이탈리안 파스타 - 인도 커리, 베트남 쌀국수 - 중국 마라 열풍 순) 그 과정에서 열화, downgrade 되는 경우도 많고 특히 이탈리안이 대표적으로 그렇죠 (한스델리와 급식메뉴 파스타) 그렇다고 정통성을 강조한 맛은 한번쯤 이그조틱한 기분을 내며 먹기엔 좋지만 즐겨 먹기엔 어쩐지 낯설고요. 떼아떼베네는 이탈리안이 우리나라에서 자리잡아가는 가장 정점의 시기에 가장 맛있는 맛을 구현해냈다고 생각해요. 특히 현지화와 한국화 그 어느 지점에도 치우치지 않은 적절한 지점의 맛있는 맛을 냈다는 점에서요. 종로에서 소개팅을 할 때면 이 곳을 찾았고 (신촌에서 했다면 노리타' 아닌가요 🤗) 또 가격도 리즈너블 해서 주변 토익 학원 대학생 수강생들도 많이 찾았던 걸로 기억해요. 그래서인가요, 저 같이 원목 프로방스 이탈리안이 친숙한, 종로와 신촌이 제일 재밌던 08학번들이 직장인이 되어 광화문 오피스에서 일하고 퇴근 후 대학 동기들을 만나는 곳으로 자주 애용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젊은이들, 여기 꽤나 맛있답니다 〰️ 추억의 맛이지만 추억으로만 유효하지는 않은 맛이에요 :) 마늘빵 내어주는 소쿠리도 얼마나 귀엽게요 진하고 묵직한 크림파스타도 참말로 맛있답니다!
떼아떼 베네
서울 종로구 종로12길 7
에스오 @sostarving
더이상 리뷰는 남기지 않으시나요? 유니버스님 글이 좋아서 계속 읽고 싶네요
도현 @dohyeon
절 읽었습니다! 저도 유니버스님 다른 리뷰가 궁금해지는 글이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