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는 고유명사입니다. 신보는 ‘신보’ 입니다. 무엇으로도 꾸며내거나 흉내낼 수 없습니다. 출입문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앉는 좌석을 추천 드립니다. 명당입니다. 고동색 철제문과 나무발 그리고 초록색 싱그러움, 말소리 없이 그저 음악으로만 가득찬 신보를 뭐 하나 빠트리지 않고 잔뜩 머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보를 온전하게 누리다보면 나뭇잎이 흩날리고 달력이 펄럭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바람이 보입니다. 어디로 들어와 어디에 머무르다 나에게 닿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만한 하루면 오늘을 아주 잘 보냈습니다. 비 오는 날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추장스럽게 우산을 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빗물이 튀기고 신발이 젖고 머리가 부시시해져 엉킬테지만 이 모든 수고를 감당하더라도 비 오는 신보에서 흐르고 싶습니다. 신보의 맑은 날, 흐린 날, 비오는 날, 눈 오는 모든 날들과 모든 계절이 궁금합니다. 커피의 맛보다 공간에 대하여 적을 것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아쉽게도 커피는 뛰어나게 맛있지도 뛰어나게 맛 없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이것이 신보를 망설일만한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잘 머무르다 갑니다.
신보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25길 101-1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