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들이 퇴근 후 피자 한판씩 때리고 가는 로마식 피자집> 나폴리를 떠나 로마에 온 지 24시간 만에 또다시 피자를 먹었는데 나폴리 피자는 아니고 로마식 피자다. 로마식 피자는 이탈리아 중북부에서 즐겨먹는 도우가 얇은 스타일의 피자다. 로마의 내로라하는 관광지 주변으론 로마식 피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대체로 비싸기만 하고 로컬과 거리가 멀다. 그래서 좀 떨어진 동네인 트라스테베레로 가서 맛봤다. 트라스테베레는 동네 이름인데 물가 비싼 로마에서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울 곳들이 많다 들었고 이 파지집이 그중 하나다. 저녁 영업만 하며 퇴근 후 들르는 현지인 손님들로 가득했다. 널찍한 공간에 테이블이 다다닥 놓여 분위기가 구내식당을 연상케했고 도우를 반죽하는 공간과 화덕은 아예 개방되어 있었다. 당시 웨이터는 한 분만 계셨는데 시크한 동네 형 같았다. 피자는 1인 한판씩 주문해 먹었고 피자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먹으려 로마식 아란치니인 수플리도 하나 주문했다. 음식 가격은 대부분 10유로 이하였고 맥주는 살짝 비싸게 팔았다. 먼저 수플리는 아란치니와 비교하면 겉면이 훨씬 더 단단하면서 까끌까끌거렸다. 속엔 마찬가지로 토마토 소스에 버무린 밥알과 치즈가 들어가 단순한 듯하며 낯설지 않은 맛이었다. 이어서 피자를 소개하면 하나는 토핑이 되게 단순한 거였는데 이름이 나폴리 피자였다. 토핑이 단순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싶고 도우의 경우 영락없는 로마식이었다. 도우는 일단 얇았고 살짝 거뭇거뭇하게 그을려진 테두리의 바삭함이 굉장히 경쾌했다. 탄내라곤 전혀 없었으며 짭짤한 안초비를 올려 토마토 페이스트의 산미에 짭짤한 킥을 더해줬다. 다른 한 피자는 토핑으로 프로슈토 슬라이스와 양송이버섯 그리고 아티초크, 삶은 계란 반쪽까지 올라가 도우에 빈틈이 없었다. 그렇지만 무거운 느낌은 아니었고 맛 또한 그러했다. 프로슈토는 뭐 당연하고 양송이버섯과 아티초크 또한 말려놓은 거라 무게감이 낮았는데 그 덕에 도우를 잘 받쳐준단 느낌이 들었다. 하나의 샐러드가 된 듯 조화로웠고 간도 좋았다.
Pizzeria Ai Marmi - Antico forno a legna dal 1931
Viale di Trastevere, 53-59, 00153 Roma 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