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한 골목을 거닐다 반전처럼 찾아온 안주 한 상> 청부업자가 된 것처럼 일행들을 모시고 음산한 골목을 거닐던 끝에 도착한 반전처럼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던 분식(술)집이다. 서울에 아직 이런 곳이 남아있단 게 그저 신기하다. 2차로 보쌈 이야기가 나와 종로 보쌈 골목 대신 오게 됐고 일행들은 어떻게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내겐 잠시 스쳐간 가을날의 꿈처럼 아련하다. 아련한 건지, 그냥 배가 불렀던 건지 옆 사람과, 하물며 다른 테이블과도 옷깃이 닿는 하나의 룸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늑함과 소란스러움이 섞여있었다. 메뉴판조차 제대로 없었지만 찾아본 대로 수육을 먼저 부탁드렸다. 이윽고 주인 할머니께서 내주신 겉절이는 보쌈김치처럼 시뻘건 게 달달한 맛이 돌면서도 알싸한 킥과 아삭한 식감이 더해졌다. 칼국수와 참 잘 어울릴듯했지만 소주랑도 찰떡이었다. 오래 걸리지 않아 나온 수육은 단돈 1.5만 원에 접시 위 잘 삶은 돼지고기 앞다리살이 호방하게 펼쳐졌었다. 밖에서 사 먹는 수육은 늘 가성비가 창렬하기 마련인데 여긴 전혀 달랐다. 새우젓도 통통하니 마음에 들어 얼른 수육에 얹어 입에 넣었다. 얇고 넓적하게 썬 앞다리살은 야들야들하면서도 껍데기가 쫀득한 탄력을 자랑해 다른 데선 두 배는 받을 퀄리티였다. 애석하게도 1차로 제육볶음을 때려 그 맛을 100% 즐기지 못했던 와중에 칼국수는 주문했다. 8천 원인가 그랬을 텐데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술국을 시킨 듯 넘치게 담겨 나왔다. 일명 술칼국수였다. 계란이 풀려 기스면을 닮은 속을 포근히 감싸주는 국물에 바지락, 애호박, 떡국용 떡, 물만두 등이 들어가 포만감도 엄청났고 고추로 시원함도 완벽히 더해줬다.
골목분식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2길 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