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을 투자해야 하지만 퀄리티와 가성비를 보장하는 방어회> 매년 겨울이면 의식처럼 챙겨 먹는 방어지만 작년은 어쩌다 보니 건너뛰게 되었다. 그 짧은 1년 사이에도 방어회 열기가 오르며 서울 시내에 방어회 강자들이 부쩍 늘어난 듯 보인다. 바다회사랑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가성비로 따지면 요즘 이 집이 제일 먼저 언급이 된다. 중곡제일시장 한편에 자리한 작은 시장 횟집으로 초겨울이 오기 무섭게 다녀왔다. 주말도 아닌 금요일이라 오후 2시 오픈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는데 그전부터 와계셨던 분들로 이미 만석이었다. 저녁약속이 되겠구나 체념하곤 3시간 뒤에 드디어 입성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시장 안이라 규모가 크진 않지만 본관 맞은편 별관까지 확장해 수용 인원이 적은 편은 아니었다. 더구나 이용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어 한 텀에 자리가 싹 빠졌다. 대신 자리 간격이 대체로 좁고 대화가 어려울 만큼 시끌벅적해 다소 어수선했는데 이 부분은 가성비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스끼다시 몇 개가 놓이니 테이블에 남는 공간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콜키지 프리라 와인을 한 병 사 갔다.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 등의 화이트 블렌딩으로 시트러스는 좋은데 오크 터치가 있어 무게감이 느껴져 방어회랑 썩 맞진 않았다. 테이블이 너무 협소해 옮겨주신다기에 보다 쾌적한 자리로 이동한 뒤 비로소 스끼다시 미역국을 한 숟갈 떴다. 황태를 넣고 끓인 미역국이어서 국물이 걸쭉하고 구수해 마음에 들었다. 방어회는 소, 중, 대, 특 네 사이즈 중에 중자로 시켰다. 중자부터 모든 부위가 담기기도 하고 소자랑 가격 차이가 고작 1만 원이었기 때문인데 사실상 웬만한 횟집 소자 양이긴 했다. 그래도 둘이서 인당 3만 원에 스끼다시도 있고 섭섭한 양은 아니었으며 수조에 담긴 방어 크기가 말해주듯 퀄리티는 나무랄 데 없었다. 기름기도 잘 올라있고 뱃살도 고루 담겨있었다. 부위 따질 것 없이 대체로 두툼하게 썰어냈고 활방어라 살의 탄력이 살아있었다. 로테이션이 빨라 방어를 계속 잡으시던데 그만큼 신선도, 기름, 감칠맛, 풍미가 극대화되어 있었다. 기름지게 녹는 뱃살과 담백하게 부드럽게 사라지는 적신은 역시 그냥 먹을 때 가장 맛이 빛났다. 다른 부위도 마찬가지였으나 김과 묵은지, 초대리밥과의 궁합도 물림을 막아 좋았다. 천천히 즐기니 적당한 포만감이 찾아오고 매운탕이 그리 간절하지 않아 그만 자리를 일어났다. 뭔가 이렇게 방어만 딱 조지기엔 참 좋은 곳이다 싶은데 투자한 시간이 너무 길긴 했다.
백일도
서울 광진구 능동로47길 3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