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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함 뒤에 숨은 천상의 맛, 합리적인 가격의 투플 한우>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연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올 때마다 저렴한 물가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묘. 일본인 친구와 함께한 날 저녁 한국 소고기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 찾았다. 월요일 저녁 6시 반도 되지 않은 시간, 웨이팅은 없을 거란 안일한 생각은 빗나갔다. 다행히 패션의 성지인 만큼 쇼핑으로 한 시간 정도 의미 있게 시간을 좀 때우다 돌아와 들어갔다. 밖에서 봤을 땐 쓰러질 것만 같은 허름한 건물이지만 막상 실내는 청결했고 또 자리도 꽤 넉넉했다. 다만 대부분 술자리기에 웨이팅이 생겨 이용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돼지고기는 부족하면 먹기로 하고 등심 2인분에 제비추리 1인분을 주문했다. 소고기는 모두 투플 한우인데 100g당 1만 원 후반에서 2만 원 초반대로 가격이 꽤 합리적인 편이었다. 밑반찬은 가짓수보다 실속을 택한 구성으로 기본 손맛이 다 좋았다. 고기는 한 접시에 담겨 나왔으며 총 한 근이다 보니 넉넉한 양에 선도도 투플 한우란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화력 좋은 무쇠 불판을 사용해 등심부터 한 점씩 올려 구워 먹었고 간단한 가니쉬인 양파와 새송이버섯도 때려부었다. 등심은 투플답게 마블링이 촘촘한 데다 얇게 썰려 금방 익었다. 한입 넣자 예상 가능한 그 천상의 맛이 펼쳐졌다. 기름기가 혀를 싹 감싸며 퍼지고 부드러운 결감과 적당한 탄력이 동시에 와닿았으며 육향은 깊었고 지방의 풍미는 진하게 밀려왔다. 감흥이 어찌나 컸는지 제비추리는 사진조차 제대로 못 찍었다. 아무래도 지방이 적어 맛은 등심보다 담백했는데 두툼한 게 씹을 때마다 쫀득한 식감과 함께 감칠맛이 탁 치고 나왔다. 돼지고기 추가 주문을 염두에 둔 게 무색하게 한 근으로 딱 기분 좋게 배가 차버려 된장찌개로 마무리했다. 원하면 무쇠 불판에 그대로 부어 된장찌개를 해준다길래 바로 부탁드렸다. 된장찌개는 쿰쿰한 향이 올라오다가 은근한 단맛과 살짝 매콤한 뉘앙스가 뒤따랐다. 소 기름이 스며들고 술밥을 만들자 된장의 감칠맛이 폭발했고 밥알은 이 진득한 풍미를 품었다.

고바우

서울 종로구 지봉로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