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국물에 속이 꽉 채워지는 베트남 쌀국수> 베트남 다음으로 프랑스가 베트남 쌀국수를 잘한단 말이 있다. 근데 미국도 월남전 이후 남베트남 출신 이민자들이 대거 정착해 서부 지역 중심으로 수준 높은 쌀국수를 맛볼 수 있다. 차이나타운과 다저 스타디움 근처에 위치한 쌀국수집으로 류현진 선수가 다저스 활약 시절 단골로 찾던 곳이다. 베트남계 가족분들이 운영하며 당시 손님 대부분은 히스패닉계였다. 쌀국수 메뉴가 너무 다양해 고민 끝에 1번 ‘Pho Tai(퍼 타이)’를 주문했다. 가장 익숙하고 대중적인 여러 부위의 소고기가 들어가는 Pho Bo와의 차이는 단일 부위만 쓰는 점이다. 금방 준비되어 나왔고 레귤러 사이즈였는데도 역시 미국다운 푸짐한 양이었다. 설로인으로 추정되는 얇게 썬 소고기가 거의 웰던 수준으로 익혀진 채 진한 갈색 국물에 들어있었다. 국물부터 한 숟갈 떠보니 농후한 고기 육수가 확 다가왔다. 색에서 보이듯 어딘가 짭짤하면서도 풍미가 진하고 깊었으며 시원함과 센 육향이 동시에 느껴져 속이 꽉 채워지는듯했다. 한 접시에 담겨 따라 나오는 고수와 숙주, 청고추를 한꺼번에 때려 넣고 라임을 짜서 즐기니 이전보단 한결 깔끔했다. 고수는 특유의 향을 내기보단 보조 역할로 머무르는 느낌이었다. 고기는 얇아 퍽퍽하지 않았지만 익힘을 선택할 수 없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약간 분홍빛의 살코기와는 달라 감흥은 없었다. 국물 역시 이보다 맑고 깔끔한 북부식이 본인 취향이다. 그래도 해산장과 스리라차를 곁들여보니 매콤함과 산미 덕분에 무거운 느낌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게다가 단조로운 맛을 강렬한 풍미와 짭짤함으로 살려 밸런스가 한층 살았다. 취향의 차이일 뿐 뜨끈한 국물이 막 당기던 타이밍에 그 니즈는 충분히 채워준 괜찮은 쌀국수 한 그릇이었다. 옆자리 페루 손님들도 국물을 싹 비우시던데 그 모습이 왠지 정감 갔다.
Phở 87
1019 N Broadway, Los Angeles, CA 9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