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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중앙시장 골목에서 만난 제야의 중식 고수> 건대 화양식당에서 일하시던 분께서 차리신 중국집이라는데 화양식당을 안 가봐 자세한 비하인드는 모르겠다. 저녁 장사만 해 중식 포차에 가까우며 퓨전 중식을 위주로 선보인다. 2차로 중식은 쉬운 길은 아니지만 인원이 다섯 명이나 됐던 덕분에 실행에 옮겼고 확실히 여럿이 온 만큼 다양하게 시킬 수 있어 좋았다. 고량주 세 병을 깔 거라곤 예상치 못했지만 가게로 들어가자 복고풍 인테리어가 먼저 눈길을 끌었는데 뭔가 홍콩이나 중화권 분위기를 살리려 한듯했다. 엄청 자연스럽진 않아도 주위에 놓인 소품들이 많아 사진은 잘 나왔다. 기본 안주론 깔끔하게 튀겨낸 새우알칩이 제공돼 주문한 요리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하나씩 집어먹었다. 단무지, 양파 같은 찬은 따로 없었던 걸로 기억하며 딱히 필요하지도 않았다. 고량주는 베이징 옆 화북 지역에 속한 도시인 톈진에서 생산한 천진 고량주로 시작하였고 49도임에도 불구하고 청주처럼 깔끔했다. 도수감은 꽤 느껴지되 부드러우면서 향긋했다. 첫 요리로 나온 건 몽골리안 바베큐로 몽골리안 비프와 양념은 비슷하다 보면 된다. 대신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를 썼고 탕수육처럼 튀김옷을 입혀 튀겨내어 바삭함이 더해져 있다. 목이버섯, 양파, 고추 등이 함께 들어있어 곁들이면 되고 고기는 두툼한 게 식감이 아주 훌륭했다. 코팅된 양념은 굴 소스 맛이 지배적이었는데 난자완스 같기도 해 감칠맛이 풍부했다. 이어서 두 번째 요리는 유린기, 개인적으로 유린기 자체를 썩 좋아하지 않는데 이렇게 바삭함과 아삭함이 살아있는 거라면 이제 생각이 달리질 것 같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요리였다. 싱싱한 양상추 한 점 위에 허연 닭튀김과 마늘 그리고 파 등을 올려 한입하자 시원함과 동시에 톡 쏘는 매콤함이 뒤섞이며 입안을 감쌌다. 닭튀김에 닭은 허벅지살을 쓴 듯 쫄깃했다. 세 번째 요리는 칠리새우, 특별함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술기운이 올랐을 때 새콤달콤한 게 들어가니 맛없기도 어려웠다. 중새우 크기의 통통한 살점의 새우가 열 개 정도 들어있었다. 소스는 익히 알던 칠리소스로 케첩의 산미가 강했고 설탕의 단맛이 자연스럽게 묻어들었었다. 튀김옷과 탱글탱글한 새우 살이 쉽게 떼어지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어 괜찮은 안주였다. 천진 고량주가 거덜 나 연태 고량주 대자로 갈아탔고 센스 넘치는 사장님께서 물만두가 들어간 계란탕을 서비스로 내주셨다. 허옇게 덮어진 게 순두부인 줄 알았는데 계란 흰자였다. 전분물이 풀렸는지 국물은 울면처럼 농도가 끈적끈적거렸고 입안에 몽글몽글한 계란 촉감이 와닿으며 부드럽게 사라졌다. 순두부 같은 계란 흰자와 간간한 국물이 속을 달래주었다. 술자리를 계속 이어가던 중 사장님께서 가지튀김 한 접시도 맛보시라며 내주셨고 가지를 두껍게 썰어 튀겨 즙이 잘 살아있었다. 꿀만 뿌리면 스페인에서 먹던 그 맛이 나겠다 싶었다. 어쩌다 보니 연태는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양하대곡이란 장쑤 성에서 만든 농향형 백주로 바뀌어 있었다. 도수는 38도로 앞서 마신 두 고량주보다 낮았고 파인애플 향이 솔솔 풍겼다. 슬슬 일어나려던 차에 사장님께서 또 서비스로 꽃빵 튀김을 내주셔서 연유에 담가 달콤하게 마무리했다. 신당중앙시장 골목에서 만난 제야의 중식 고수, 세심한 서비스까지 완벽했다.

텐진식당

서울 중구 퇴계로87길 43-2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