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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질수록 오기 힘들 겨울철 굴찜의 성지> 대한민국에 태어나 감사한 이유 중 하나는 비교적 저렴하게 굴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겨울이면 굴을 한가득 쌓아놓고 먹는 나라가 과연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싶다. 아직 이르단 생각도 들었지만 올겨울 한 번으로 끝날 리 없다는 걸 알기에 굴찜을 먹으러 들렀다. 11월 1일부터 굴찜을 개시했다니 이제 점점 더 발걸음이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메뉴는 굴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만 아무래도 계절 음식이다 보니 해물찜이나 연포탕 같은 대안 메뉴도 있다. 그러나 방문 목적은 분명했기에 두 명이서 굴찜 소자를 하나 시켰다. 훈련소 동기와 함께한 반가운 자리였기에 2만 원을 내고 굴찜과 미친 페어링을 자랑하는 소비뇽 블랑 한 병을 콜키지했다. 칠레 와인인데 신대륙보다 미네랄이 좋아 깜짝 놀랐다. 굴찜에 앞서 생굴과 명태 껍질 튀김, 미역국이 나왔고 이를 다 먹으면 굴찜을 준비해 주는 방식이 센스 있었다. 명태 껍질 튀김은 김부각처럼 달고 바삭해 자연스럽게 맥주를 불렀다. 생굴 역시 달고 향긋해 신선함이 느껴졌지만 아쉬운 점 하나는 씨알이 작다는 것이었다. 한 접시나 반 접시로 따로 판매하는데 씨알만 컸더라면 망설임 없이 하나 시켰을 것 같다. 굴 양이 넉넉해 알배추와 무생채에 올려 먹어봤는데 무생채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삼합이 유난히 맛있었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건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았을 때의 굴 본연의 맛 굴찜은 대형 찜기에 담겨 나오고 테이블 위에서 뚜껑을 열어 고정하여 준비된다. 이미 다 쪄져 있어 바로 먹을 수 있지만 화상을 피하려면 무조건 목장갑과 비닐장갑을 껴야 한다. 먹는 방법은 껍질에 빈틈을 찾아 칼을 꽂은 뒤 반 바퀴 돌리면 입이 벌어져 끝이다. 감만 잡으면 어렵지 않고 이렇게 하여 자태가 드러난 굴은 뽀얀 속살에 온기를 가득 품고 있었다. 굴 시즌 피크가 아니라 이 역시 수율은 다소 아쉬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굴의 맛 자체는 정말 훌륭했다. 오동통한 모양처럼 단맛이 분명했으며 동시에 묵직한 고소함이 따라왔다. 껍질에서 흘러나온 굴 즙은 국물이나 다름없었고 껍질 염분을 머금어 굴 맛과는 대비되는 짭짤함을 보여줬다. 굴 즙 한 모금에 술 한 모금과 무생채 한 젓가락, 이 조합이 참 좋았다. 마지막 남은 굴 하나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찍어 먹지 않았는데 예의상 초장에 한 번 찍어봤다. 하지만 굴의 수분 때문에 초장이 잘 묻지 않아 애초에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었다. 굴찜을 먹고 나면 찜기 안에서 함께 쪄진 계란을 먹을 차례다. 굴만 잔뜩 먹다 넣은 계란이라 그런지 별것 아닌데도 유독 맛있었고 찐 계란이라 삶은 계란과 맛이 미묘하게 달랐다. 전체적으로 훈연 향이 은근히 입혀진 것이 특징이고 흰자는 흐물흐물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노른자는 삶은 계란보다 더 뻑뻑해 굴 즙을 조금 남겨놨다 곁들이는 걸 추천한다. *2024년 11월 방문

굴과 찜사랑

서울 성동구 행당로17길 2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