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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깊이 채워주는 새빨간 돼지 주물럭> 대구에 가면 무엇을 먹어야 하냐는 질문에 십중팔구는 막창을 떠올리겠지만 본인은 백반에 더 관심이 간다. 서울에서는 더 이상 보기 힘든 가성비의 백반집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대구에 도착하자마자 들른 서문시장 근처에 자리한 주물럭 전문 백반집이다. 독특한 주물럭 비주얼 때문도 있지만 에지 있는 간판, 세월을 거스른 분위기에 더 끌렸다.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약 50년의 업력을 지닌 곳이라는데 할머니 두세 분이서 운영하시는 모습이 그 사실을 짐작하게 했다. 메뉴판은 간소했고 고기 장사는 이제 하지 않고 계셨다. 시그니처 메뉴인 돼지주물럭을 주문했다. 3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한데 인원이 넷이어서 문제없었고 이에 곁들일 국물로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돼지찌개도 2인분 시켜봤다. 먼저 주물럭은 할머니께서 양념된 고기를 들고 오셔서 냉삼처럼 포일을 깐 불판에 부어주신 뒤 휘저어 주셨다. 닭발을 연상시키는 새빨간 색감과 달리 매운 향은 거의 나지 않았다. 고기가 대체로 얇아 금방 익었고 양념이 촉촉하게 스며들기 시작할 때 알아서 먹으면 됐다. 번들번들하게 익은 한 점 집어먹어봤고 홍시 풀어 넣은 떡볶이처럼 달큰하고 부드러웠다. 할머님들의 손맛답게 제법 또렷한 단맛에 색감과 달리 자극적인 매운맛은 없고 은근히 스며드는 온기가 남았다. 어딘가 분식 같은 결이 있었지만 묘하게 마음을 채우는 맛이었다. 진짜 주인공은 어쩌면 주물럭이 아니라 따로 있었다. 투박하지만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들이었고 손이 여러 번 간 흔적이 느껴지는 한 접시 한 접시로 밥상을 비로소 완성시켰다. 서문시장이 근처라서인지 마늘이며 배추 같은 채소들은 유난히 싱싱했고 인심 좋게 내어 주셨다. 요즘 같은 물가에 이 가격으로 이런 한 끼를 내어준단 것만으로 감사할 따름이었다. 돼지찌개는 얼핏 감이 왔듯 김치찌개와는 아예 다른 담백한 내장전골에 곱창 대신 돼지고기 자투리를 넣은 스타일이었다. 메뉴판에 곱창찌개가 따로 있어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얇게 썬 돼지고기는 퀄리티보단 양으로 푸짐함을 보태줬으며 국물은 간을 세게 밀어붙이지 않아 자극 없이 시원했다. 주물럭과 번갈아 떠먹다 보니 어느새 속이 은근히 따뜻해졌다. 앞서 말했듯 주물럭 한 점이 아닌 그 곁을 채우던 투박한 한 상이 빛났던 만족스럽고 배부른 식사였다. 오래된 손맛으로 차려낸 밥상, 물로 결명차를 내주는 점도 어딘가 이 집다웠다.

미영 불고기식당

대구 서구 큰장로7길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