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화한 정식으로 담은 개항의 식문화, 싯포쿠 요리> 에도 막부의 쇄국 체제 속 유일하게 대외 교역이 허용된 나가사키는 데지마를 통해 서양과 중국의 문물이 계속 유입됐다. 그 결과 일본 전통과 외래문화가 뒤섞인 식문화가 형성됐다. 오늘날까지도 개항의 기억을 음식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사례가 많이 남아있으며 그중 하나가 싯포쿠 요리다. 이는 중식을 중심으로 서양식 요소가 더해진 연회 형태 일식을 일컫는다. 싯포쿠 요리는 가이세키급으로 가격대가 만만치 않고 보통 예약이 필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하마마치 아케이드에 자리한 이곳 욧소는 이를 정식 형태로 간소화해 선보인다. 워크인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가격 부담이 낮아 늘 붐비기로 유명하다. 마침 주말에 들렀기에 오픈 전에 도착했는데 벌써 웨이팅이 있었고 간신히 첫 타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분위기는 뭐랄까 어딘가 료칸처럼 정갈하면서 오픈된 다다미방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아무래도 전통적인 고급 싯포쿠 요리점들에 비해서는 한층 캐주얼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메뉴판은 태블릿으로 제공해 뭔가 묘한 현대적 대비를 이뤘고 쭉 훑어보다가 시그니처 구성의 욧소 테이쇼쿠(정식)를 주문했다. 가격은 약 3천 엔으로 확실히 가정식보단 비싸긴 하다. 욧소 테이쇼쿠는 차완무시, 동파육, 덮밥, 간단한 찬으로 구성되어 트레이에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접시와 그릇이 여러 개 있어 싯포쿠 요리가 지향하는 대로 다채로운 한 상이었다. 그릇 뚜껑을 열어보니 연회 요리처럼 시각적으로도 세심하게 신경 쓴 게 바로 드러났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디테일인데 각 요리가 무엇인지 대해 소개해 주는 과정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계란 사용 비중이 높았으며 먼저 차완무시를 한 숟갈 떴다. 큰 그릇 안에 오뎅, 장어, 표고버섯 등이 들어있었고 보들보들한 계란은 다시 맛이 깊어 달큰하고 감칠맛이 났다. 다른 차완무시에 비해 보약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찬에서도 비슷한 뉘앙스의 요소가 있었다. 그 예로 찬 중에 고래고기 무침은 냉채로 겨자에 묻혀 꼬들꼬들한 식감이 새롭고 신선했다. 트레이 위쪽 기다란 접시에 담긴 건 뭔가 했더니 양갱과 계란말이, 떡 그리고 과일 등 디저트길래 마지막에 즐겼다. 떡은 속에 팥이 들었었고 아래 상추를 깔았던데 은근 잘 어울렸다. 덮밥의 경우, 계란 지단 위에 소보루한 아나고 살과 사쿠라덴부라는 핑크색 생선가루가 올려져 있었다. 지단이 부드럽게 감싸주고 소보루와 덴부가 달콤하면서 짭짤한 맛을 더해줬다. 으깬 두부에 당면과 당근, 시금치 등 채소를 버무린 찬은 우리네 잡채와 닮아 친숙한 동시에 속에 편안하게 와닿았다. 찬들이 대체로 강렬한 한방은 없어도 과하거나 모자람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동파육은 중식 영향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요리였다. 흐물흐물하게 잘 찢어지는 질감에 달콤하지만 텁텁하지 않고 일식 타레 특유의 섬세함이 블렌딩되어 맛을 냈다.
욧소
日本、〒850-0853 長崎県長崎市浜町8−9 吉宗浜の町本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