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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순간, 선물처럼 다가온 몰트 바> 바를 꽤 오래 참았는데 한편으로 나쁘지 않았던 게 이날만큼 간절한 순간을 기다릴 수 있었다. 그것도 그동안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던 부산의 바 씬에 한 발짝 내디딘 순간이었다. 온천천을 사이에 두고 동래역을 마주한 길가에 위치한 올해로 8년 차를 맞는 몰트 바다. 부산의 바들은 서면 쪽에 몰려 있는 가운데 동래 상권에 홀로 떨어져 있어 묘한 끌림을 줬다. 군더더기 없이 단정한 분위기 속 업력을 느낄 수 있었고 밤이 깊어질수록 손님들이 천천히 모여드는 느낌이었다. 오픈과 동시에 들어가 4시간 동안 머물며 그 광경을 직접 보았다. 대표님과 바텐더 두 분께서 바를 이끌고 계신데 이날은 바텐더 두 분만 계셨다. 두 분 모두 단순한 서비스 차원을 넘어 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듯한 훌륭한 접객을 보여주셨다. 술에 대한 애정이 분명하시고 이윤보다는 고객 취향과 본인 철학을 바탕으로 과감히 술을 추천해 주셨다. 일찍 오길 잘했다 싶었으며 동네에 있었다면 무조건 단골이 됐을 것 같다. 긴 밤이 되리라 예상했듯 메뉴판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역시 몰트 바답게 싱글몰트 위스키 비중이 높았지만 개인적으로 바에 오면 더 즐겨 마시는 칵테일 리스트 또한 꽤 다양했다. 스낵으로는 담백한 프레첼 과자가 준비됐고 첫 잔은 평소대로 롱 드링크 칵테일로 가기로 했다. 결국 진 토닉이냐 아니냐의 선택인데 마침 궁금했던 진 피즈가 있어 그걸로 가봤다. 『1Q84』 속 아유미가 아오마메에게 권한 칵테일, 진 피즈. 진 토닉과 마찬가지로 진을 베이스로 하지만 셰이킹 과정을 거치므로 목 넘김이 더 부드러우면서도 끝 맛은 더 산뜻했다. 진 토닉과의 차이에 관심을 가지자 바텐더께서 두 잔의 물로 예를 들어주셨다. 셰이킹을 거친 물은 미세한 얼음 입자로 색이 흐릿하게 탁해 목 넘김이 갈리는 지점이겠다 싶었다. 두 분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고도주에 부담이 없으신지 물어보시곤 서비스로 국산 그라파를 한 잔 내주셨다. 와인 찌꺼기를 증류한 것으로 첫 모금과 향은 고량주와 닮은듯했다. ​ 멜론 계열의 달콤하면서도 풋풋한 향이 올라오며 45도로 도수가 적잖이 높은 편이지만 입안에서는 부드럽게 굴렀다. 그라파나 브랜디가 그러하듯 디제스티프로서 딱일 것 같았다. 뜻하지 않게 고도주를 찍어 진 피즈 다음 잔은 고심이 깊었다. 이렇게 됐으니 올드 패션드 같은 스피릿류가 좋겠다 생각이 들어 뉴올리언스에서 마신 경험이 있는 사제락으로 갔다. ​ 처음 마셨을 때 느꼈던 대로 올드 패션드와 비슷한 뉘앙스에 칵테일과 고도주 사이의 절충형이라 괜찮은 선택이었다. 라이 특유의 스파이시함과 약품 같은 향이 분명한 개성이었다. 홀로 앉아 있던 카운터가 어느덧 꽉 찰 때 또 서비스를 내주셨고 이번에는 AMF라는 다소 민망한 이름의 숏 칵테일이었다. 코발트블루색의 음료수처럼 보였는데 훅 가는 맛이었다. ​ 달콤한 럼의 뉘앙스 위에 시트러스가 얹히고 뒤쪽에서는 진 특유의 알코올과 허브 향이 또렷하게 올라왔다. 달짝지근해 홀짝홀짝 넘어갔으나 스피릿의 존재감이 분명해 잘 조절했다. AMF를 마치니 취기도 얼큰하게 올라 마지막으로 지나칠 수 없는 ‘롯키-박스’를 이용했다. 이는 눈앞에 펼쳐주는 카드 여러 장 중 뽑은 위스키를 단돈 1만 원에 모시는 이벤트다. 뽑은 위스키는 반드시 마셔야 하며 총 3회까지 이용 가능하다. 이벤트 대상 위스키는 메뉴판에 따로 나열돼 있고 가격대가 꽤 넓은 편인데 운 좋게 이득이 큰 고마가다케를 뽑았다. 알코올감이 먼저 강하게 다가왔고 말할 것 없이 훌륭한 싱글몰트였다. 피트보다는 스파이스와 몰트의 뉘앙스가 먼저 올라오고 묵직한 여운을 남기면서 피니시는 의외로 편안했다. PS. 총 4.4만 원

더 롯지

부산 동래구 온천천로 141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