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동에 필적하는 올드스쿨 팥빙수> 해운대에서의 낮술을 곁들인 폭식의 마무리는 역시 달달한 디저트였다. 밥값보다 비싸게 나오는 엘레강스한 디저트도 꽤나 좋아하지만 부산에서는 왠지 모르게 팥빙수가 더 당긴다. 운명처럼 해운대에도 정말 저렴한 올드스쿨 팥빙수집을 찾을 수 있었고 그렇게 방문하게 된 곳이다. 해운대라는 글자만 용호동으로 바꾸면 사실상 용호동 할매팥빙수나 다름없다. 같은 집은 아니지만 어쨌든 팥빙수와 단팥죽 이렇게 두 가지를 시그니처로 내놓는 군더더기 없는 모습은 다를 바 없다. 작은 규모의 가게로 낡지는 않았지만 업력이 묻어있었다. 5천 원짜리 팥빙수 한 그릇을 주문했고 계좌이체로 선불함과 동시에 금방 받을 수 있었다. 곧바로 제빙기에 얼음을 갈아 넣어 만들어졌고 유독 까만 팥앙금이 듬뿍 올려가 있었다. 얼음은 물얼음이되 입자가 곱게 갈린 채 우유가 푹 부어져 시원하면서도 고소함이 강조됐다. 물 얼음 뉘앙스가 강하여 사각사각 씹히는 용호동 쪽보다 풍미가 진했고 더 부드러웠다. 팥앙금의 경우 팥알이 굵고 과하게 삶아지지 않아 입자감이 또렷하게 살아있었다.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는 질감이 포인트였고 단맛은 일본식 앙꼬에 비견될 만큼 진하게 달콤했다. 소량 얹어주는 복숭아잼은 상콤함으로 단맛을 정리해 줘 은은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중엔 아예 뒤섞어먹었는데 이러니 금방 녹긴 했지만 설탕과 계피를 넣으니 나름대로 좋았다. 뭐랄까 단맛에 한층 깊이가 더해지며 단팥죽을 떠올리게 하는 풍미가 스쳤고 매우 달면서도 끝맺음은 참 개운했다. 근본에 충실한 팥빙수 한 그릇이었으며 용호동에 필적할 만하다.
해운대 옛날 팥빙수 단팥죽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29-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