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시켜서 반찬 그릇으로 스택 쌓는 백반집> 몇 년 전 새 보금자리로 옮긴 것 같은데 사실 예전부터 저장해뒀던 백반집이다. 백반이라는 메뉴 특성상 굳이 멀리까지 찾아가기가 애매했으나 이런 집은 늘 곁에 없는 게 함정이다. 생각보다 평범하다는 리뷰가 많던데 집밥 같은 백반이 간절했던 터라 직감은 분명 성공을 가리켰고 그대로 적중했다. 꽤 큰 규모에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터라 한산한 모습이었다. 메뉴는 찌개류 네 개로 할머니 두 분께서 운영하셔서 단순하게 하시는가 싶지만 반찬이 나오면 생각이 달라진다. 1인상도 차려주시며 필요한 반찬은 더 말하라 하시며 챙겨주셨다. 그렇게 김치찌개를 주문하니 열댓 가지 반찬으로 사실상 한 상이 먼저 차려졌다. 모든 찬에 도자기 그릇을 쓰던데 그 무거운 걸 오봉 쟁반에 힘겹게 올려 나르시길래 마음이 찡했다. 반찬들은 전체적으로 생동감 있는 집밥 스타일로 달지 않고 적당히 간간해 밥이 술술 넘어갔다. 돼지 불고기도 서비스로 조금 내주셔서 전략적으로 조미김에는 아예 손대지 않았다. 이윽고 김치찌개까지 나오니 한 상이 완성되었다. 뚝배기에 담겨 있지만 그 크기와 깊이부터 결코 작지 않은 김치찌개로 큼지막하게 썬 파와 함께 고춧가루가 듬뿍 올라가 있었다. 본격적으로 반찬을 비워 나가며 스택을 쌓았고 먼저 돈까스는 겉, 속 다 촉촉했다. 어묵볶음은 어묵이 굵고 되직한 양념을 머금어 입에 부드럽게 감기면서 매콤함이 강하게 퍼졌다. 겨자에 버무린 햄과 지단 그리고 게맛살은 냉채 느낌도 나면서 은근히 별미였다. 구성을 보면 햄과 계란류만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문득 햄에도 각박해진 요즘을 돌아보게 됐다. 김치찌개도 한 숟갈 뜨자 국물에 김치의 신맛과 고춧가루의 칼칼함이 또렷하게 살아있었다. 고기는 큼직하게 김치찜처럼 세 덩이 들어있었고 뭉근하게 익어 결이 부드럽게 풀렸다. 돼지불고기는 양념이 간장 베이스 같던데 약간의 매콤함이 가미돼 킥을 더했다. 양념에 푹 졸여진 고기는 비계와 살코기가 적절히 섞인 너덜너덜한 부위로 입에 넣자 밥을 불렀다. 아삭하고 시원한 갓김치는 반찬을 절반쯤 비워갈 때쯤 흐름을 정리해 주는 유용한 소화제 역할을 했다. 계란말이는 계란 밀도가 높았으며 베어 물자 뭔가 찐듯한 탄력감이 좋았다. 분홍색 옛날 소시지로 부친 전은 배부른 와중에 무척 맛있게 들어갔다. 뒤늦게 발견한 가오리회 무침은 큼직하게 썬 회가 두 점 정도 들어있었고 시원한 식감에 양념도 깔끔했다. 이렇게 배 터지게 먹고 셀프 식혜까지 챙겨 마시니 광명적인 마무리였고 일주일 치 밥심을 채웠다. 허접한 반찬 몇 가지 내놓고 만 원을 받는 곳도 허다한 요즘 그저 감사했던 한 끼
전주식당
부산 부산진구 동성로 113-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