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인심과 반주를 곁들인 수백 한상” 매번 반복되는 레퍼토리였지만 이날만큼은 아침부터 숙취를 껴안고 싶었다. 가만히 있어도 시원한 물 한 잔이 간절히 떠오르는 더위에 그마저도 참고서라도 그렇게 보내고 싶었다. 추억이 남아있는 할매국밥을 다시 찾았을 때 5년이라는 시간의 경과가 또렷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70년이라지만 여전히 60년 전통이라는 수식어를 단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점심시간 전이라 다행히 눈치 볼 것 없이 혼자 자리를 잡았고 자연스레 메뉴판으로 시선이 꽂혔다. 흐릿한 기억에 의하면 5년 전보다 국밥류 가격은 2~3천 원 정도 오른 듯했다. 그래도 수육 백반이 1만 원이 넘지 않는 걸 보면 여전히 ‘할매국밥’이 주는 그 푸근한 인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수육 백반과 좋은데이 한 병을 주문했고 금방 오봉 한상이 차려졌다. 수육은 삼겹 부위가 중심에 아래에 살코기도 담겨 있었다. 두툼하고 투박하게 썰어낸 스타일로 탄력이 강한 평양냉면집 제육보다는 촉촉하게 삶아낸 머릿고기스러운 인상이었다. 뽀얗지만 맑은 기운을 머금은 국물의 경우 잘게 썬 파와 함께 고기 입자가 자잘하게 흩어져 있었다. 강한 감칠맛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아니고 고소하고 깔끔한 여운을 남겼다. 적당히 식은 온도 덕분에 수육의 결감은 한층 선명하게 와닿았고 살코기와 지방 식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새우젓을 곁들여 몇 입에 나눠 먹으니 어느새 부드럽게 사라졌다. 국물은 부추무침을 약간 넣었을 때 시원한 맛이 더 살아 만족스러웠다. 혼술 겸 반주로 소주 한 병도 채 마시지 못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번에는 수육이 남아 봉투에 담아 갔다.
60년 전통 할매국밥
부산 동구 중앙대로533번길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