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을 다스리고 과식이 미덕이 된 시대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어쩌면 답은 간단하다. 때로는 허기를 기꺼이 키우고 눈앞에 놓인 음식을 온전히 즐기는 것. 와하카 여행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관광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하늘이 까맣게 물들 때까지 공복감을 끌어모은 채 숙소 밖으로 나왔다. Mercado Benito Juárez 아래 길가에는 낮에는 볼 수 없었던 야시장 분위기의 노점들이 가득 들어서 있었다. 이 분위기야말로 여행 마지막 날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었다. 노점상들이 늘어선 이 길목 초입에 자리한 곳으로 포솔레와 토스타다, 타코 등을 파는 노점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집이다. 간이 의자와 노점 앞 철제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포솔레를 먹으러 왔다고 하니 철제 좌석으로 안내했다. 바로 앞에서는 커다란 솥에 포솔레 육수가 끓고 있었고 뼈째 삶은 큼지막한 돼지고기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현란한 솜씨로 다지고 있었다. 주문과 동시에 그릇에 고기를 듬뿍 담고 옥수수와 얇게 썬 분홍빛 래디시를 넣은 뒤 육수를 가득 부어 내어준다. 양은 돼지국밥 한 그릇으로도 충분하고 남을 정도. 첫인상부터 합격 사실 앞서 포솔레 베르데와 블랑코를 맛보며 포솔레는 내 취향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로호를 먹고 나니 역시 한국인은 빨간 국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다. 판시타처럼 둥글게 감기는 매콤함과는 다르게 꽤 직선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맛이었다. 염도가 조금 높기는 했지만 술을 한껏 마신 뒤라면 고개를 코 박고 들이마셨을 법한 국물이었다. 옥수수도 베르데와 블랑코에서는 향이 지나치게 강해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국물의 짠맛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에 충실했다. 래디시 역시 처음에는 조금 뜬금없어 보였지만 먹다 보니 입안을 상쾌하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했다. 결정적인 한 수는 함께 내어주는 바싹 튀긴 토르티야였다. 포솔레와 따로 먹어도 좋지만 테이블에 놓인 꽤 매운 살사를 몇 방울 떨어뜨려 토스타다로 즐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바삭하고 기름진 토르티야가 매콤한 살사와 만나 기분 좋게 입맛을 돋우고 포솔레 속 고기와 옥수수의 감칠맛까지 한층 또렷하게 살려준다. 옆자리 손님과 어깨 사이에 1cm 정도의 간격을 두고 다닥다닥 붙어 먹어야 했지만 그마저도 나쁘지 않았다. 마치 동남아 야시장에 온 것 같은 분위기. 멕시코시티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황홀한 밤이었다. 가격도 100페소로 훌륭했다.
Chefinita (tostada's, pozole y tacos)
20 de Noviembre 32-416, OAX_RE_BENITO JUAREZ, Centro, 68000 Oaxaca de Juárez, O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