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카디요를 전문으로 하는 힙한 스탠딩 타파스 바> 바르셀로나를 떠나기 직전 마지막 식사는 여운이 깊게 남길 바랬는데 바르셀로나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단순히 맛에 그치지 않고 가격까지 합리적이라 좋았던 타파스 바다. 밤늦게까지 시끌벅적한 바르셀로나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물게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하며 월요일과 일요일에는 아예 문을 닫는다. 의자도 없이 전부 스탠딩석만 놓여있다. 스페인식 샌드위치인 보카디요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데 이외에도 내놓는 안주들이 정말 다양하다. 주류는 카바(스파클링 와인)를 대표 주종으로 내세우며 한 잔씩 팔아 부담이 없다. 되도록이면 빵은 그만 먹고 싶어 보카디요는 아쉽지만 패스했고 모르칠라라는 스페인식 순대 한 접시와 카바 한 잔을 주문했다. 카바의 경우 직원분의 추천으로 달달한 맛을 골랐다. 모르칠라는 우리나라 피순대처럼 새까만 색을 띠는데 블러드 푸딩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영국 등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즐겨 먹는다. 여기선 이를 기름에 바싹 튀겨주는 게 특징이다. 순대 튀김과 흡사한 바삭한 식감을 가졌으나 짠맛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훨씬 더 강하다. 때문에 직원분이 달달한 맛의 카바를 추천하신 이유가 납득이 될 정도로 둘이 참 잘 어울렸다. 바삭한 겉과 달리 속은 메마르지 않고 아주 꾸덕꾸덕한 밀도감을 갖고 있었다. 돼지 창자에 선지와 각종 스파이스, 양념 그리고 쌀까지 채워 넣었으니 복합적인 풍미 또한 작살났다. 술안주 느낌이라 짜더라도 피순대를 즐겨먹는다면 결코 낯설지만 않을 맛이라고 생각한다. 순대 1인분 이상은 될 정도로 양을 푸짐하게 내줘서 정신 못 차리고 카바 한잔 추가했다. 그렇게 모르칠라 한 접시를 다 비우면서 카바 한 잔만 먹고 일어서기로 한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려 내친김에 초리소까지 주문해 봤다. 초리소 또한 한 접시 단위로 주문이 가능하다. 초리소는 파스타 재료로 널리 쓰이고 피자에 토팅으로도 올라가 모르칠라보다 익숙하겠거니 했는데 역시 본토에서 먹는 초리소는 뭔가 달랐다. 접시에 흥건히 묻은 기름이 증명하듯 총평하자면 영어에 능숙하고 프로페셔널한 직원분들 덕분에 모르칠라와 초리소에 완벽한 페어링을 경험해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여운이 강하게 남는다.
La Xampanyeria
Carrer de la Reina Cristina, 7, 08003 Barcelona, Sp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