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상차림이 푸짐한 현지인들의 사랑방 같은 고깃집> 술 마실 땐 아무래도 구워주는 고깃집이 편하지만 상차림만 잘 나온다면 구워 먹는 수고쯤은 마다할 수 있다. 곁에 고기 잘 굽고 술 안 하는 친구가 있다면 꼭 데려오라 하고픈 곳이다. 20년 가까이 영업해온 정겨운 고깃집으로 삼덕동 주민들에겐 사랑방이라 불릴 만큼 인기라 한다. 예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방문 며칠 전 2호점까지 오픈해 운영 중이었다. 고기는 기본 3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한데 삼겹살 2인분이랑 항정살 1인분을 섞어 시켰더니 문제없이 받아주셨다. 해동을 거친 듯 삼겹살과 항정살에는 살짝 살얼음기가 남아있었다. 밑반찬은 가히 진수성찬으로 한상을 가득 매웠고 계란찜과 어묵볶음, 도토리묵 그리고 푸짐한 쌈 채소 등 라인업이 백반집 못지않았다. 다 직접 만든 것들로 집밥 느낌이 물씬 났다. 버너 위 기울어진 커다란 불판에 삼겹살, 김치, 미나리, 콩나물, 고사리를 가지런히 올리고 열심히 구웠다. 삼겹살을 위쪽에 두니 기름이 아래로 흘러 찬들이 골고루 잘 구워졌다. 삼겹살은 두툼하게 정형된 스타일로 원육이 좋아 굽는 테크닉이 딱히 없어도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비계와 살코기가 황금비율을 이뤄 씹었을 때 쫄깃함과 육즙이 잘 났다. 항정살은 비교적 감흥이 덜했는데 이유를 찾는다면 아무래도 굽기 어려워서가 아닐까 싶다. 원육이 통항정으로 두껍게 나와 자르고 익히고 레스팅하고 이것저것 손이 많이 갔다. 겉만 바짝 구운 뒤 레스팅을 해 먹었지만 속이 살짝 덜 익어 특유의 아삭아삭거리는 식감을 온전히 못 즐겼다. 거의 목살을 먹는 느낌이었고 불판도 뭔가 항정살엔 적합하지 않았다. 대구 하면 또 막창을 빼놓을 수 없어 삼겹살과 항정살을 해치우곤 막창 1인분을 추가했다. 막창은 초벌로 내주는 곳이 많은 반면 여기선 막창도 생으로 내줘 직접 구워 먹어야 한다. 자고로 막창은 타기 직전까지 바싹 구워야 제맛이라 흐물흐물한 상태에서 노릇노릇 빵빵하게 부풀어 오를 때까지 계속 구웠다. 사방에 기름이 튈 만큼 내버려둔 뒤 먹기 좋게 잘랐다. 원산지가 스페인이길래 별 기대 안 했지만 웬걸 이날 베스트는 단연 막창이었다. 오랜만에 막창이라 그랬는진 몰라도 엄청 고소했고 까삭까삭한 겉면의 식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식사로는 짜그리가 맛있다던데 배가 불러 가볍게 된장찌개로 대신했고 단돈 1천 원에 퀄리티가 말도 안 됐다. 멸치 육수 베이스에 청국장을 조금 넣어 국물 맛이 참 깊고 구수했다. PS. 대구 막창 소스는 합법적 마약

은하수식당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447길 72-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