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륙 최고의 햄버거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다이닝 바> 미국 여행 3주 차에 접어들었는데 놀랍게도 아직 햄버거를 먹지 않았다. 햄버거가 미국 대표 음식은 맞지만 서양권 어느 나라를 가던지 쉽게 볼 수 있다 보니 찾아서는 잘 안 먹게 된다. 쉐이크쉑, 파이브 가이즈 같은 고급 버거 프랜차이즈 또한 이젠 한국에 다 들어왔으니 딱히 안 당겼다. 그런데 왠지 미대륙 최고란 수식어의 햄버거는 궁금했고 먹어볼 만하다 싶었다. 미국 3대 버거란 말이 있고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도 하는 다이닝 바, 이를 증명하듯 여러 푸드 매거진에 소개가 됐다. 햄버거 전문점이 아니며 시그니처 메뉴가 햄버거일 뿐이다. 여기 시카고가 본점이고 뉴욕에 분점을 딱 하나 뒀으며 예약을 따로 안 받아 피크시간엔 웨이팅이 살벌하기로 유명하다. 그걸 의식했는지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일찍 시작한다. 오픈런했더니 곧바로 들어갔으며 이른 시간부터 햄버거를 드시러 온 손님들이 나 말고도 여러 명 계셔 놀라웠다. 바에 앉았는데 주방이 개방되어 있어 금세 분주해지는 모습이 보였다. 햄버거 메뉴를 살펴보면 싱글과 더블 치즈 버거가 있고 미국답게 싱글엔 패티 한 장이 아닌 두 장, 더블엔 세 장이 들어간다. 여기에다 추가로 계란과 베이컨을 추가하는 옵션이 있다. 싱글 치즈 버거에 계란, 베이컨을 추가해 주문했고 어느 시카고 로컬 브루어리의 필스너 한잔을 대낮부터 페어링했다. 독일식이라던데 늘 먹던 필스너에 비해 바디감이 약하다 느꼈다. 감자튀김은 세트가 없기도 하고 요 며칠 물리도록 먹어 그냥 안 시켰는데 고맙게도 서버가 먹어보라며 서비스로 내주셨다. 감자가 남아서 주셨단 것치곤 파는 것 양이나 다름없었다. 감자를 두툼하고 길쭉한 모양으로 썰어 가볍게 튀겨냈는데 파삭파삭함이 잘 살아있어 아주 맛있었다. 케첩이 아닌 마요네즈를 내주는 점에서부터 여기 뭘 좀 아는 집이구나 싶었다. 대망의 햄버거는 요리에 버금갈 만큼 플레이팅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번으로 뚜껑을 덮지 않고 열어둬 계란과 베이컨이 한눈에 들어오게끔 했다. 옆엔 기다란 피클이 하나 놓여있었다. 먼저 피클은 물기와 단맛이 하나도 없는 전형적인 미국 피클로 느끼함을 잡아주는 데 요긴했다. 버거에 쓰인 번은 버터에 굽는 걸 봤는데 브리오슈처럼 고소하면서 무척 부드러웠다. 번으로 뚜껑을 잘 닫아 꾹 눌러 반으로 갈라보니 패티가 살짝 건조했지만 두 장이라 육즙은 꽤 잘 갇혀있었다. 촉촉하다기보단 크러스트를 입혀서 지져낸 스타일로 식감이 거칠었다. 간은 짤 거라 예상했는데 달콤한 베이컨 덕분에 적당히 짭짤했으며 느끼한 건 소스가 마요네즈 베이스라 어쩔 수 없었다. 베이컨은 메이플 시럽과 향신료를 발라 불에 그을려냈다. 시럽을 발랐어도 단순히 달기만 한 게 아니라 삼겹살의 감칠맛을 살리곤 달짝지근함을 얹은 고급지고 훌륭한 베이컨이었다. 추가한 보람을 넘어 햄버거의 완성도를 한껏 올려줬다. PS. 살면서 먹은 햄버거 최고가 갱신
Au Che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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