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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오피노로 손꼽히는 미식가들의 오이스터 바> 뉴욕에서 꼭 스테이크를 먹어야 하듯이 치오피노는 샌프란시스코에 오면 놓쳐선 안될 음식이다. 19세기 후반 이탈리아계 어부들 손에서 탄생했다는 토마토 베이스 해산물 스튜다. 샌프란시스코가 항구도시로서 해산물이 유명하다 보니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번성과 맞물려 널리 퍼져나갔다고 한다. 국물을 사랑하는 한국인들 입맛에 딱이래서 먹어보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치오피노로 손꼽는 시푸드 레스토랑이 몇 곳 있는데 여긴 그중 하나인 오이스터 바다. 여러 가지 해산물 요리와 오이스터 바인만큼 굴이랑 와인을 갖춰놨다. 2021년 한 해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됐던데 옆자리에 앉은 단골 노신사분께서 미식가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극찬을 하셨다. 다행히 일찍 도착해 웨이팅은 피할 수 있었다. 메뉴는 일단 굴을 단품으로 시킬 수 있고 클램 차우더, 시푸드 칵테일 등 요리가 있는데 혼자라 치오피노 말곤 뭘 더 시킬 수 없었다. 치오피노만 해도 양이 2인분 정도기 때문이다. 그래도 혼자 오셔서 치오피노를 드시는 분들이 좀 보여 어느 정도 대식가라면 작은 사이즈는 다 먹을 수 있을듯하다. 화이트 와인이 당겼지만 예산에 맞게 술은 생맥주로 대신했다. 30분 정도 걸려 치오피노가 나왔고 그릇이 거의 손바닥 둘레의 두 배로 예상한 양보다 훨씬 더 푸짐했다. 대신 그릇이 깊진 않아 국물 양은 적었고 그래서 재료가 다 잠기지 않았다. 일단 국물 먼저 한입 맛봤는데 얼큰한 토마토 수프 베이스에 조개와 갑각류 감칠맛이 무척 진하게 담겨 있었다. 농도는 뭉근했으며 계속 떠먹기엔 간이 술안주로 짭짤한 편이었다. 이를 의식했는지 국물엔 바게트 두 조각이 꽂혀 제공돼 푹 적셔 먹으면 간이 기가 막히게 딱 맞는다. 마늘과 치즈를 뿌려 토스팅한 바게트라 오래 적셨더니 국물 맛이 버터리해졌다. 내용물을 하나씩 살펴보면 첫 번째로 큼지막한 대구가 있는데 국물 맛에 큰 영향을 끼친 재료는 아니었다 본다. 그러나 부드럽고 실한 살에 국물이 깊게 배어있어 맛만큼은 최고였다. 이어서 대게는 내용물 중 가장 비중이 크면서 국물 맛을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껍질을 까는 과정에서 국물이 잘 튀어 손이 많이 가는 점만 빼면 살맛, 수율 등 모두 좋았다. 다음으로 새우는 씨알이 굵고 탱글탱글해 씹었을 때 단맛과 즙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홍합과 대합의 경우 수율이 별로라 맛이 희미해 전반적으로 갑각류가 더 맛있고 만족스러웠다. 내용물을 비운 후 막판엔 앞서 말한 대로 국물이 좀 짜서 무료로 마련된 비스킷을 까서 넣어봤다. 나쁘진 않았는데 클램 차우더용이라 왠지 비스킷보다 파스타가 잘 어울릴듯싶다. 처음에 딱 받고선 이걸 혼자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해놓고 결국 올클하고야 말았다. 이번 미국 여행 마지막 식사였는데 피터루거 스테이크와 더불어 비싸도 돈값을 한 음식이었다.

Anchor Oyster Bar

579 Castro St, San Francisco, CA, 94114, 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