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고소함에서 우러나는 단맛이 있는 쌀국수> 베트남은 19세기 제국주의 시절, 약 100년간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고 그 영향으로 인해 현재까지 여러 분야에 프랑스 문화가 묻어있다. 식문화에선 퍼 보(phở bò)가 대표적이다. 프랑스에 쌀국숫집들이 많은 이유와도 상통해 몇 달 전 파리에서 깜짝 놀랄 만큼 맛있는 퍼 보를 만났다. 그러나 쌀국수 본진에 와서 처음 경험한 퍼 보는 그 이상의 수준을 보여줬다. 그것도 하노이에서의 첫 끼로 <세계 견문록 아틀라스>에 소개된 이 쌀국숫집에서 먹었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현지인들이 계셔서 육수통에서 쉴 새 없이 국물이 덜어지고 있었다. ​ 차돌양지로 보이는 커다란 고깃덩어리도 여러 개 놓여있었는데 이걸로 육수를 얼마나 오랫동안 우렸는지 쭈글쭈글해 신뢰가 가는 부분이었다. 6만 동짜리 쌀국수 한 그릇 주문했다. 쌀국수 메뉴는 총 세 가지 있는데 단지 고기 익힘의 차이인 것 같고 양은 다 똑같다. 주문한 TÁI NAM의 경우 푹 익힌 고기만 들어가는 쌀국수로 가장 유명한지 메뉴판 제일 위에 있다. ​ 국물은 육안으로 봤을 때 특별히 기름기가 많다거나 탁하지 않았으며 되게 맑고 허옜다. 선택의 여지없이 고수를 쪽파와 함께 듬뿍 넣어주는데 국물이 워낙 진해 고수 향을 다 덮었다. ​ TÁI NAM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고기는 질긴 식감이 아예 없진 않았으나 작게 썰어져 크게 거슬릴만한 정도까진 아니었다. 부드러운 고기를 원하면 TÁI나 CHÍN 주문이 좋겠다. 쌀국수와 곁들이려 주문한 꿔이는 중국식 꽈배기로 흔히 알려진 요우티아오와 똑같았다. 다만 만든지 좀 됐나 빵이 살짝 뻑뻑했지만 쌀국수 국물에 담가 기름기를 먹이니 괜찮아졌다. 쌀면은 부드러웠고 맛도 참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진한 곰탕을 떠올리게 하는 국물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다. 고깃덩어리에서 나오는 엑기스를 전부 뽑아 액체화시킨 느낌이 들었다. ​ 국물이 시원한 건 당연하고 고소하면서 단맛도 많이 도는데 아마 단맛은 고소함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것 같다. 베트남 현지 쌀국수라 해서 전부 이렇게 진한 편은 아니라고 한다. ​ 맵게 먹고 싶으면 국물에 고추를 넣으면 되는데 조금만 넣었는데도 너무 매워서 차라리 안 넣는 게 더 깔끔하고 좋았겠다. 뭐가 됐든 베트남 온 실감이 확 났던 쌀국수 한 그릇이다.

Pho Gia Truyen

1F, 49 Bát Đàn, Cửa Đông, Hoàn Kiếm, Hà Nội, Viet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