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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 경기 본고장의 명물 음식인 소꼬리찜> 론다를 대표하는 음식은 소꼬리찜, Rabo de toro인데 아마 투우 때문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소꼬리 같은 특수부위를 좋아해서 많은 한국인들이 찾는다는 이 식당을 방문했다. ​ 이때 있었던 썰을 하나 풀자면 전날 호스텔 냉장고에 아침거리를 사 넣어뒀는데 어떤 놈이 훔쳐먹어 허기졌었다. 그래서 소꼬리찜은 디폴트로 두고 다른 메뉴 하나를 더 시켰다. ​ 그건 바로 Queso de cabra frito con higos y jamón이라는 호박잼을 곁들인 염소치즈 튀김에 하몽을 얹은 요리다. 소꼬리찜을 메인으로 두고 전채로 먼저 먹기 좋아 보였다. 주문한 두 요리가 나오기 앞서 아뮤즈 부쉬식으로 크림 파스타와 토마토, 치즈, 수박 3단 꼬치가 제공됐다. 둘 다 차갑게 나오며 맛은 정말 평범해 그냥 구색 맞추려 나온듯했다. 이날 가장 맛있었던 건 의외로 소꼬리찜이 아니고 염소치즈 튀김이었다. 가뜩이나 짠 염소치즈에 2년 건조한 하몽을 얹었는데 호박잼이 달달하기에 단짠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뤘다. ​ 하몽은 사진으로만 봐도 느낌이 딱 올 텐데 스페인 본토 하몽답게 무척 짭짤했다. 쿰쿰한 향이 났으며 씹었을 때 약간 질겼으나 향을 즐기며 와인을 곁들여 먹으니 굉장히 맛있었다. ​ 염소치즈는 짠맛을 떠나 산미가 강하다고 해야 할지 좀 더 직관적으로 표현하자면 톡 쏘는 시큼한 맛이 있었다. 요거트랑 꿀이 잘 어울리듯 달콤한 호박잼과의 궁합이 조화로웠다. 대망의 소꼬리찜은 예상했던 맛이라 크게 실망할 것도 놀랄 것도 없었다. 마늘과 단맛이 빠진 갈비찜 양념에다 살이 많이 붙은 소꼬리를 정말 야들야들할 정도로 푹 삶은 요리였다. ​ 살점에서 별다른 잡내는 느껴지지 않았고 육질도 부드러워 훌륭했으나 계속 먹다 보니 약간 느끼했다. 느끼함을 씻어줄 만한 게 와인뿐이라 빵을 요청하면 좋을 것 같다 생각한다. ​ 어쨌든 익숙한 맛의 소꼬리찜을 즐겼단 점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이 집을 찾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직원분께서 한국어를 조금 하시며 친절히 미소로 대해 주셔서 좋은 추억도 될 듯 마지막으로 잔에 담긴 노란 술은 페루에서 유래한 ‘치차’라는 옥수수 발효주다. 따로 주문한 건 아니고 식후주 개념으로 계산 전에 원샷으로 마시라고 제공되는 상징적인 서비스다.

Puerta Grande

C. Nueva, 10, 29400 Ronda, Mála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