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로 해장하러 와서 소주 마시는 러프한 우동집> 망원동즉석우동의 모티브가 됐다는 이야기가 도는 우동집이다. 여긴 망원동즉석우동과 달리 우동 외 다른 메뉴는 일절 팔지 않으며 막차로 해장하러 와서 소주를 마시는 분위기다.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인 영업시간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술 주문이 필수는 아니라 우동만 때리고 가도 상관없다. 저녁 7시쯤 혼자 들러 술은 안 하고 우동 하나만 시켰다. 메뉴는 어묵우동, 즉석우동, 모둠어묵 이 세 개가 전부고 우동의 경우 고작 1천 원 차이라 즉석우동보단 어묵우동을 시키는 게 낫다. 모둠어묵은 면이 안 들어가 어묵탕이라 보면 된다. 우동은 주문 즉시 기계에서 면을 뽑아 만들어주기에 생각보다 빨리 나오는 편은 아니다. 십여 분 정도 걸려 맞이할 수 있었고 큼직한 플라스틱 그릇에 내용물이 푸짐하게 담겨있었다. 특징이라면 쑥갓과 양념장이 듬뿍 들어간단 점인데 처음엔 섞지 않은 채로 국물을 맛봤다. 깔끔하고 시원한 멸치 육수 베이스의 국물이었고 맛이 진해 이대로 먹어도 심심하진 않았다. 그래도 제대로 먹으려면 양념장을 섞는 게 맞아 휘휘 저은 뒤 면을 후루룩 들이켰고 면에 칼칼함이 쫙 배어 기침이 났다. 면은 바로 뽑아서 그런지 쫄깃하기보단 되게 부들부들했다. 어묵은 기성품 같지만 좋은 걸 받아쓰는지 밀가루 맛이 거의 안 나고 탱글한 식감이 잘 느껴졌다. 국물도 어묵과 번갈아가며 한입했고 칼칼함이 묘하게 속을 감싸줘 계속 손길이 갔다. 김가루를 뿌려놔 감칠맛을 더한 채 자세히 보면 쑥갓뿐 아니라 파도 들어가 이 모든 조합이 양념장의 맛을 완화시키는 것 같다. 제대로 즐기려면 술을 좀 마시고 올 필요가 있겠다. PS. 안 마시고 와도 맛있는 건 함정
불광우동
서울 은평구 진흥로 150 안성빌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