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닌 듯한데 집에서는 도무지 흉내 낼 수 없는 맛, 오늘 방문한 경동시장 '정성식당'은 네이버 지도에서도 단골 두어 분의 포스팅 말고는 흔적을 찾기 힘든 집입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하면서도 막상 찾으려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등심 소금구이라는 메뉴에 이끌려 냉면 거리를 가로질러 발걸음을 옮겨 보았습니다. 식당에 들어서면 저희 어머니보다도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께서 홀로 손님을 맞이하십니다. 노포 특유의 어수선함과 위생 상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지만, 할머니의 퉁명스럽지 않고 정겨운 말투가 금세 긴장을 풀어줍니다. 혼자 방문해 2인분을 시켜야 하나 고민하며 여쭤보니, "많이 줄게 1인분만 먹어"라며 툭 건네시는 말씀에서 시장통 특유의 넉넉한 인심이 느껴집니다. 이 집 등심 소금구이의 백미는 원래 튼실하게 구워낸 대파인데, 하필 오늘 파 상태가 좋지 않다며 할머니께서 좋은 부분만 골라내고 양파를 넣어주셨습니다. 1인분임에도 불판 위에 올라간 고기와 채소의 양이 꽤나 묵직합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를 잘라 채소와 섞어주면, 간장 약간과 맛소금의 간이 시장에서 바로 공수해온 파와 양파의 단맛과 어우러져 기가 막힌 풍미를 냅니다. 대충 어떻게 만드는지 알 것 같은데 묘하게 집에서는 안 되는 맛,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묘하게 젓가락이 멈추지 않는 그런 맛입니다. 혹여나 고기를 태울까 "태우지 말고 먹으라"며 툭 던지시는 할머니의 참견도 이곳에선 맛있는 양념이 됩니다. 걱정했던 고기의 잡내는 전혀 없고, 등심 부위의 질이 꽤 좋아 씹는 맛이 탄탄합니다. 특히 껍질 부분이 붙은 부위는 파와 함께 먹으니 막걸리 한 잔이 절로 들어가는 최고의 안주가 됩니다. 함께 내주신 반찬들 역시 때깔부터 남다릅니다. 시장 반찬 하면 흔히 떠올리는 군내나 과한 발효의 느낌 없이, 오늘 바로 무쳐낸 듯한 싱싱함이 살아있습니다. 깍두기는 아삭하고 김치 역시 시원한 맛이 돌아 고기와 깻잎에 싸 먹으니 궁합이 아주 좋습니다. 식사를 하다 보니 옆자리에는 80년대에 꽤 이름을 날리셨던 가수분과 고등학교 후배분들이 자리를 잡으셨더군요. 청량리 일대를 누비던 젊은 시절의 활극 이야기를 안주 삼아 김치찌개에 반주를 곁들이시는 모습이 참으로 정겨웠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저렇게 어울려 사는 모습이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옆 테이블의 김치찌개 비주얼을 보니 다음번엔 저 메뉴도 꼭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할머니의 따뜻한 손맛과 시장의 활기, 그리고 누군가의 추억이 버무려진 등심 소금구이. 투박한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묘한 중독성이 아마도 이 집을 오랫동안 지탱해온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성식당
서울 동대문구 홍릉로5길 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