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골에서 초밥을 먹고 양이 좀 안 차서 뭐 더 먹을 거 없나 돌아다니다가, 이 동네에서 유명한 족발집이 보이길래 포장해 봤습니다. 저는 원래 양념이 많지 않고 단맛 적고, 차게 식어서 얇게 썬 족발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집은 딱 봐도 양념이 제법 올라간 온족 스타일이죠. 그래서 처음엔 이거 집에 가져가면 애매해지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온족인데도 기름기가 과하지 않고, 단맛은 분명 있지만 그것보다 불향이 먼저 올라옵니다. 단맛도 그냥 설탕 단맛이 확 치고 나오는 게 아니라, 간장을 졸인 듯한 느낌에 불맛과 조미의 결이 앞에 서서 생각보다 거슬리지 않더군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같이 먹는 찬들이었습니다. 무채가 특히 좋았어요. 불맛 나는 고기와 무채 조합이 잘 맞는다는 말이 있는데, 딱 그 스타일입니다. 족발의 기름기는 눌러주고, 불향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받아줍니다. 장사 잘되는 집이라 그런지 무도 신선해서 달큰한 맛이 살아 있었고요. 이 집은 솔직히 무채 때문에라도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겉절이랑 양파채도 양념이 좋았습니다. 좀 더 줬으면 싶을 정도. 족발 자체의 고기질도 괜찮았고요. 보통 온족은 식으면 기름이 굳고, 그 기름 냄새를 감추려고 더 단짠하게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식은 뒤에도 잡내가 꽤 적었습니다. 기름이 굳어도 거슬리는 냄새가 확 올라오지 않으니 포장해서 가져와 먹기에도 생각보다 훨씬 낫네요. 구디 쪽에서 한잔할 일 있으면, 매장에서 먹는 것도 좋겠지만 포장도 꽤 만족스러운 집입니다. 불향 있는 온족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가볼 만합니다.
주왕족발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32나길 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