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일수록 점점 진해지는 국물, 바께쓰 속에서 차가워지는 술… 야장에 딱 어울리는 전골 남포동은 상당히 재미있는 곳이다. 부산의 구도심으로 오래된 노포가 있고 오래된 시장이 있다. 그러다보니 전반적으로 나이대가 높다는 특징이 있지만, 그럴수록 맛있는 곳이 많다. 깡통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가게 옆을 한 칸 한 칸 차지하면서 큰 가게다. 그리고 쌀쌀하지 않는다면 밖에서 테이블을 깔고 야장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김치전골이 시그니쳐다. 술과 전골을 주문하면 커다란 바께쓰에 술을 넣고 얼음을 가득 채워 준다. 아, 감성있다. 그리고 버너 위에 넓은 김치전골이 올라온다. 고기가 익을때까지 칼국수 면을 먼저 건저먹으라는 사장님의 당부가 있었다. 전골의 구성은 단순하다. 고기, 김치, 칼국수, 떡, 순두부 그리고 김치만두가 있다. 재밌는 점은 김치만두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만두소를 김치로 감쌌다. 만두피가 김치다. 단순한 김치전골에 눈길이 가는 비주얼이다. 끓기 전에 맛은 그냥 밍밍한 멸치육수다. 그렇게 큰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전골의 찐맛은 칼국수를 건져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느낄 수 있다. 물론 술빨로 맛이 오르는게 아닌, 김치에서 나오는 맛이 전골 곳곳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이 전골의 김치만두는 단지 비주얼용이다. 핵심은 김치다. 신김치다. 인사동에 간판없는 김치찌개처럼 신맛에 대한 타협이 없는 맛이다. 끓이면 끓일수록 시큼하고 시원한 맛의 전골에 고기에서 우러져 나오는 기름맛이 잘 어울린다.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에 바께쓰에 담긴 술 그리고 야외면….. 말이 필요없는 조합이다. 친구들과 한마디 한마디 나누면서 먹을 수 있는 완벽한 곳이 된다. 이렇게나 좋은 점이지만, 단점이 있는데. 육수를 추가할수록 맛이 연해진다. 이 집 전골은 김치, 마늘이 맛을 내는 전부다. 즉, 육수는 맑은 멸치 육수라 넣으면 넣을수록 맛이 연해진다. 만약에 김치를 마구 건져 먹은 후, 육수를 추가한다? 충격과 공포의 맛으로 변한다. 먹는 시간 동안 김치의 양을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볶음밥을 못 만든다. 공기밥을 주문하면 계란후라이가 들어간 대접을 주시는데, 말아먹는 용이지 볶음밥용이 아니다. 전골냄비에 밥을 쏟는 순간 일그러지는 사장님의 얼굴을 눈 앞에서 직관할 수 있다. 그리고 화장실은 제발 가지 말자. 이렇게 단점이 있지만, 술 한잔 얘기 한마디 국물 한 숟갈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야장에서 먹지만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김치전골(중) -30,000 사리(우동, 당면) - 2,000 공기밥 - 2,000
고향 김치전골
부산 중구 중구로29번길 2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