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하지 않은 묵직한 광어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다. 웨이팅이 너무 길어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발길을 돌리는게 더 빠르다고 해서 머뭇거렸다. 오픈 30분 전에 갔는데, 이미 웨이팅리스트는 빽빽했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작성을하고 기다렸다. 5시가 되어 오픈하면 리스트에 적힌 명단을 부르는데, 한꺼번에 불러 주문을 받기보다는 감당이 가능할정도로 부르고 주문을 받고 그런 다음 다른 손님들을 부르는 행동을 반복했다. 기다리는 입장에선 빈 테이블이 저렇게 많은데, 너무 느긋한거 아니냐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음식이 내어지는 속도와 접객수준을 생각하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첫 타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메인은 숙성회인데, 그날그날 내놓는 회가 달라진다. 오늘은 광어+방어+연어(광방연)와 광어+방어+부시리(광방부)가 있었다. 광방연으로 주문했다. 먼저 작은 뚝배기에 나가사키 짬뽕탕을 담아서 내주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나가사키짬뽕맛이다. 적당히 짠, 적당한 조미료의 그 맛이다. 그러다 보면 상추, 날치알, 쌈장, 와사비, 간장, 초장을 내어주고 회를 내어준다. 커다란 접시에 광어, 방어, 연어가 깔려있는데…… 때깔이… 오우야… 기대가 되는 비주얼이다. 특히 광어는 어떻게 숙성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어 보였다. 맛이 기대가 되는 비주얼이었다. 광어를 먼저 먹었는데, 이야…. 이거 제대로 숙성했다. 흰살 생선 특유의 단단함은 그대로 안고 있는데, 감칠맛이 입안에 훅치고 들어온다. 다른거 필요없이 간장에 와사비만 있으면 충분한 그런 맛이다. 광어의 일반살 부위는 좋았다. 지느러미살은 조금 아쉬웠다. 광어 지느러미, 엔가와는 단단함을 넘어서 오독오독한 식감이 살짝 느껴져야 한다. 대부분 그런 식감을 기대하고 먹을 것인데, 숙성을 너무 잘해서 그런가… 맛은 너무 좋았지만 그 식감이 살짝 죽은 느낌이었다. 방어도 맛있었다. 방어의 핵심은 방어의 피를 최대한 많이 빼는 것이다. 회에 피가 많이 고여 있을 수록 방어의 기름맛은 약해지고 비린맛만 강해진다. 연남의 바다회사랑이 그 피를 잘 제거해서 맛집으로 소문이 난것이다. 여기도 피를 나름 잘 제거했다. 완벽하게 제거하진 못했지만, 여타 다른 방어회보다는 피맛이 덜나고 기름맛이 강했다. 특히 등살, 배꼽살, 꼬리살들을 줬는데, 그 부위부위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 배꼽살의 녹진함, 등살의 육향, 꼬리살의 단단함은 좋았다. 연어는 연어했다. 연어야 뭐 원래 맛있는 생선이니까 가게 이름과 다르게 묵직한 숙성회를 내놓는 곳이다. 진짜 마음먹고 찾아가지 않으면 힘들다는 극악의 단점이 있는 곳이지만, 이 정도의 숙성회를 먹기위해서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광방연 - 69,000 *주의점 : 주말영업X, pm5~9(재료소진 지, 웨이팅 리스트도 마감)
요란한 부엌
서울 동작구 사당로30길 12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