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돼새김질 날이 좋아서 야장을 즐기려고 종로3가 포차거리를 갔다. 5호선에서 올라가는데 지하2층을 뚫고 들리는 사람들의 소음과 기름 냄새가, 포차거리가 심상치 않음을 설명해줬다. 역시나… 포차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줄을 서지 않은 포차를 찾기 힘들었고, 결국엔 여기에서 한 잔하기란 어려울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쉬움을 안고 길을 가다가 돼지국밥을 파는 가게에 들렸다. 뭔가 국밥을 먹기에는 어려울거 같아서 순대와 고기가 같이 나오는 모듬수육을 주문했다. 배추김치, 깍두기, 고추/양파, 얇게 썬 편육 두 점이 먼저 나왔다. 편육과 한 잔을 비우면 모듬수육이 나온다. 뜨거운 물이 담긴 냄비 위에 올라간 수육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식지 않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같이 나온 국물은 뽀얗고 그 위에 잘게 썬 부추가 가득 올라갔다. 모듬 수육은 머릿고기와 순대가 있었다. 순대는 흔한 당면순대와 달리 선지가 거의 없었고 채소가 가득했다. 약간 백암순대의 느낌이 났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머릿고기가 가득했다. 순대는 부드러움보다는 채소의 단단한 식감이 가득했다. 사각사각 씹히는 묵직한 맛이 마음에 들었다. 머릿고기도 맛있었다. 잡내가 거의 없는 머릿고기는 새우젓만 살짝 올려 먹으면 충분했다. 국물은 맛있었다. 돼지국밥의 그 국물이었다. 마지막에 느껴지는 기름의 묵직한 느끼함은 부산에서 먹었던 돼지국밥과 비슷했다. 교수의 초급 노예시절, 집에 가기 전에 24시간 국밥집에서 수육백반과 소주 하나를 주문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한 그 추억이 그대로 느껴지는 맛이었다. 슴슴함과 거리가 먼 돼지국밥, 느끼함을 가라앉히기 위해 새우젓, 다대기를 넣어야 하는 그 돼지국밥. 그리고 그 돼지국밥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때의 내가 생각이 났다. 추억의 보정값이 들어서 그런지 맛있게 느껴진 그런 한 잔이었다. 문제는 영업시간이 8시50분까지라는거다. 그리고 눈치 겁나 준다. 모듬수육 - 24,000
합천돼지국밥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4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