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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야장에서 먹던 1700과 한 병 요즘은 생맥하면 500 한 잔이었지만, 어릴 적 생맥은 1700이었다. 1700이 아닌건 알지만, 그래도 1700이라는 용량이 주는 안정감이 좋았다. 그리고 1700을 한 잔씩 마신 다음 남은 공간에는 한 병 부으면… 누구나 좋아하는 소맥이 완성된다. 항상 이 코스를 좋아했고, 즐겼다. 종로3가의 북적임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다. 그래서 상대적인 한가함을 즐길 수 있다. 가게의 이름을 따라가는 마음으로 골뱅이와 치킨 세트를 주문했다. 물론 생맥 1700과 한병을 주문했다. 소맥을 말기 위한 자연스런 순서를 좇아가고 나면 골뱅이무침이 나왔는데, 어? 색다르다. 채소만 따로 무쳐내고 골뱅이는 접시 한켠에 통으로 나뒀다. 그냥 잘라서 먹으면 된다. 먹을만한 적당한 크기를 잘라서 골뱅이 위에 채소무침을 올려서 먹으면 맛있다. 을지로 골뱅이 골목과는 다른 맛이다. 좀 더 고추장의 맛이 강조된 느낌이다. 그리고 이렇게 먹으니 골뱅이를 찾겠다고 음식을 뒤적거리는 만행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치킨도 나왔는데, 정석이다. 튀김옷이 얇은 옛날 그 치킨이다. 적당한 염지와 얇은 튀김옷은 바삭함을 포기한대신 닭의 살결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옆에 같이 나온 케요네즈 샐러드는 치킨집 샐러드의 기본이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건 가게의 분위기, 혼돈의 종로3가 답게 남녀노소가 다 집합해있지만, 그렇게 시끄러운 느낌은 안든다. 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적당한 소음이 있는 그런 곳이다. 그런 곳에서 야장을 하면서 치맥을 할 수 있다는 건, 어찌보면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를 다시 기억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곳이다.

삼성 치킨골뱅이

서울 종로구 수표로 88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