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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가장 만족스런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트리를 구경하고 돌아댕기다 찾아서 들어가게 된 곳이다. 창문에 덕지덕지 붙은 스티커는 이 집이 누가봐도 오래되었다는 인식을 강하게 준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블루리본 같은 곳에서 인정한 집인듯이다. 가게는 좁다.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이동하기 여간 힘든 곳이 아니다. 메뉴가 여러 개 있지만, 사장님이 물어본 메뉴는 단 하나다. 팟오푸?다. 팟오푸는 소고기와 각종 채소를 쪄낸 갈비찜 같은 요리다. 고기의 감칠맛과 채소의 단맛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요리다. 팟오푸와 하우스 와인을 주문했다. 팟오푸는 바로 나왔다. 그리고 하우스 와인도 바로 나왔다. 신기하게 팟오푸 옆에 본매로우가 있었다. 사장님이 바삭하게 구운 바게트에 본매로우 그리고 소금을 살짝 얹어서 먹으라는 팁을 알려주셨고 그 팁대로 먹으니, 참... 이게 맛있다. 딱딱하면서 바삭한 바게트에 본매로우의 기름이 스며들어 서서히 눅눅해진다. 빵의 묵직한 단맛과 본매로우의 깊은 감칠맛과 기름맛을 싹 느끼고 나면 소금이 중간을 잡아줘서 다시 먹을 수 있게 한다. 그냥 매력적이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팟오푸도 상당히 맛있었는데, 감자, 양배추, 당근, 무, 릭이 푹 익어있고 그리고 소고기까지 익었다. 소고기 부위는 우둔, 부채살등 각종 부위가 있었는데, 그 부위가 하나같이 부드러웠다. 고기는 결대로 쫙쫙 찢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질기거나 퍽퍽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푹 익은 채소가 아주 달달했는데, 고기와 너무 잘어울렸다. 마지막으로 이 팟오푸의 화룡점정은 하우스와인이다. 와인을 그렇게 잘 알지 못하지만, 이 와인은 맛있었다. 깊은 오크향과 더불어 묵직하면서 적절하게 타닌감이 느껴지는 이 와인은 그냥 마셔도 맛있지만, 팟오푸와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아마 커다란 오크통에서 숙성한 채 주문과 즉시 바로 병이나 잔에 따라서 내어주기 때문에 그런 맛이 나지 않을까 싶다. 낯설지 않은 부드러운 팟오푸와 묵직한 와인. 더할나위없는 한 끼였다.

Le Roi du Pot au Feu

34 Rue Vignon, 75009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