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딱 아는 그 맛, 그런데 끊지 못하는 그 맛. 꽃게탕. 된장 육수 베이스에 꽃게를 넣어 바글바글 끓여내는 꽃게탕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꽃게의 시원한 맛과 구수한 된장 맛이 어울려져 소금기에 손가락이 가려워 지는 걸 참으면서 꽃게살을 한없이 발라먹게 된다. 그 맛을 잘 풀어낸 집이다. 남포동의 한 뒤켠에 있는 집이다. 남포동하면 냉채족발, 자갈치시장, 깡통시장으로 대표되는 그런 곳이다. 한마디로 먹을 곳이 많은 곳이다. 여기에 있는 여러 가게를 좋아하지만, 뭔가 시원함을 찾고 싶을 때 소주 한잔을 시원하게 털어내고 싶을 때, 찾아가는 곳이다. 오래된 술집이다. 시간이 보이는 그런 인테리어다. 메뉴판을 펼치면 되는 메뉴보다 안되는 메뉴가 더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찾아가는 이유는 단 하나. 돌게탕이다. 돌게탕을 주문하기 무섭게 기본 안주들을 깔아주는데, 이게 누가봐도 오래된 술집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두서없는 기본 안주다. 너무 많다. 그리고 한마디로 돌게탕이 나오기 전에 소주 한두병은 쉽게 비울 수 있는 그런 메뉴다. 15분 정도 기다리게 되면 나무 받침대에 커다란 양은냄비가 올려진다. 돌게탕이다. 비주얼은 훌륭하다. 돌게 4,5마리가 냄비를 가득채운다. 육수는 누가봐도 된장 베이스다. 꽃게에서 돌게로 바꼈다. 그게 전부다. 요리는 그게 전부지만 맛은 다르다. 일단 부산음식 답지 않게 간이 약하다. 간이 강했다면 짠 맛 때문에 소주보단 물을 더 마시겠지만, 여기는 간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된장답게 구수했으며 돌게, 무, 콩나물이 가득 차 있어서 시원한 맛을 만들어냈다. 육수 먹고 소주 마시고가 가능하다. 그리고 돌게가… 돌게가… 아주 실하다. 살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꺼내서 돌게의 살을 파먹는다. 내가 돌게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어서….. 돌게에 집게발이 이렇게 큰지 몰랐다. 집게발을 다 해체해서 그안에 들어있는 살을 파먹고 국물 한 숟갈하고 그러다 입이 너무 짜면 돌게탕 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무와 콩나물을 먹고 다시 술을 한잔하고 몸통살을 파먹고 다시 콩나물과 무를 먹으면 되는 무한의 굴레에 빠지고 있는 나를 보게된다. 이런 돌게탕에는 밥이 간절해지지만, 여기 본질적으로 술집이다. 밥 대신 라면사리가 있다. 라면사리를 주문하면 냄비를 다시 가져가서 라면을 넣고 끓여주는데, 고기집에서 파는 된장라면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돌게가 가득한 탕에 라면을 넣었으니, 시원한 맛이 아주 넘친다. 라면올리고 그 위에 남아있는 돌게 살을 올려서 후룩후룩거리면 그야말로 완벽한 마무리다. 돌게탕이라는 예상가능한 음식을 잘 만들어낸 곳이다. 거기에 라면사리, 넘치는 기본 안주들에 의해 아 여기는 술집이니 소주나 마셔야지라고 생각하게 해준다. 먹을 곳이 넘쳐나는 남포동이지만, 술이 너무 마시고 싶고 부담없는 음식을 즐기고 싶을 때, 찾아가면 좋을거 같다. 돌게탕 - 50,000 라면사리 - 1,000
새옹지마
부산 중구 광복로97번안길 1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