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무라타 山荘無量塔_유후인 由布院] 원래 이곳을 예약한 게 아니었는데, 워낙 료칸 예약이 어려웠던 3월 18-20일 사이(일본의 공휴일이 끼어있었음) 극적으로 료칸 한 곳을 잡아놨는데 여행사에서 시스템상의 오류로 풀 부킹인 곳이 예약이 되버렸다 한다 여행 이틀 전 상황, 그래서 어떻게든 해결을 부탁해 온 곳이 바로 여기 산소무라타!! 워낙 유명한 곳이라 이곳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만만치 않은 금액(인당 약 5-7만엔) 때문에 당연히 이곳에 오겠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는데, 여행사가 그들의 실수를 인정해 추가 금액을 다 지불해주고 전에 예약했던 곳과 같은 금액으로 여기, 산소무라타에 묵을 수 있게 되었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 밖에, 숙소를 못구해 최악의 여행이 될 수도 있었는데!! 유후인이 무척 작은 곳이여서 웬만한 숙소나 관광지는 걸어서 다닐 수 있는데 산소무라타는 택시를 타고도 약 15분 정도 가야하는 유후다케(유후인의 대표 산) 중턱 언저리에 자리해있다. 객실은 모두 12개, 일본 료칸 대부분에서 이용할 수 있는 대욕장이 없고 각 객실 프라이빗 온천탕만 있음에도 이곳은 대기가 아니면 예약이 어려울만큼 많은 이들이 유후인에 가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료칸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1박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곳이 왜 이렇게 사랑을 받는 곳인지 몸소 실감할 수 있었는데 우선 료칸 자체가 무척 프라이빗하고 고급스럽다. 각 객실사이의 거리는 100보 이상 떨어져 있고 우리가 묵은 4인 료칸은 침실만 3개, 일본 다다미 방이 2개가 있고 따뜻한 화로가 있는 차茶실과 압도적인 크기와 눈이 시원해질 정도로 높은 층고의 거실이 있다. 또한 욕실은 다섯 사람이 함께 들어가도 충분할 크기의 온천탕이 준비되어 있어 대욕장이 없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크게 못 느낄 정도다. 무엇보다 산소무라타의 요리를 칭송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코스가 많거나 고급 식재료를 쓰는 요리가 아님에도 적절한 양과 인근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들, 과하지 않은 조리법으로 먹는 사람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밥을 먹는 내내 연신 밝은 미소로 우리를 도와주었던 서버를 잊을 수가 없는데, 지독할 정도로 교육을 받았거나 아님 천성이 그렇게 타고났거나 어쨌든 둘 중에 하나임이 분명하겠지만 식사를 하는 손님에 대한 서비스는 바로 이것이야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따님이 작은 장난감을 잃어버렸는데 다음 날 온 쓰레기통을 다 뒤져 찾아준 점도 보통의 마음으로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밥이 너무 맛있어서 야식으로 먹고 싶다는 말에 오니기리를 직접 쥐어주기도 했다!! 산소무라타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에 하나가 아무도 닿을 것 같지 않는 산 중턱 언저리에 다양한 브랜드의 복합문화공간을 설계한 것이다. 이곳의 주인인 무라타 상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술, 음악, 클래식 가구, 음식 등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전체를 아우르는 감각이 보통은 아닐것이라 짐작된다. 오직 객실에 묵는 손님들을 배려해 만든 고풍스런 위스키 바 Tan's Bar는 클래식 음악을 실제 공연장에서 듣는 것 같은 음질을 자랑하는 엄청난 크기의 스피커와 편안한 의자를 배치해 한없이 이곳에 머물다가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해주고, 메밀소바 전문점인 후소안은 수준급 이상의 메밀 요리를 선보인다. 이곳은 굳이 숙박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어 연일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산소무라타를 이용하는 동안 객실과 식당에서 사용했던 모든 소품을 셀렉샵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 은을 손으로 일일이 두들겨 만든 사케병과 사케 잔, 식사 때 마다 내주었던 얇고 가벼운 젓가락과 다양한 크기의 그릇들, 밥을 무척 맛있게 짓게 한 솥, 시원하고 기분좋은 허브향을 뿜어냈던 욕실의 각종 어매니티들과 편안한 숙면을 유도했던 베개와 이불까지, 산소무라타에서 겪은 고급스런 경험을 집에서도 이을 수 있도록 했으니 이용객들이라면 대부분 이 찬스를 마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외에도 갤러리와 디저트샵, 초콜리샵 등이 한 자리에 있고, 유후인의 명소 롤케이크 전문점 B-speak를 산소무라타 그룹에서 만들기도 했다. 유후인역에 도착해 다시 유후인역으로 오기까지, 송영 택시(무료 서비스)를 네 번 이상 이용했고 일본어가 서툴지만 모든 부탁에 미안할 정도로 친절히 대해주었다. 잠깐이라도 밖에 나갔다 오면 집안 보이지 않는 곳까지 말끔히 청소가 되어 있고, 쾌적한 공기를 위해 군데군데 가습기와 청정기가 놓여져 있다. 이미 산속의 공기 자체도 무척 좋은데 말이다. 어떤 분야든 일등을 한다는 것은 결코 재력이나 머리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것, 그게 손님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그 대상이 누구이든 낮은 자세로 그 사람을 먼저 헤아려 주는 것. 마음이 하는 일이기에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참 어렵고 힘든 일이다. 산소무라타에서의 경험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많은 일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4인 가족 평균 한달 생활비를 하룻밤만에 날려야 하는 꽤 큰 기회비용이 드는 경비지만,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 감히 얘기하고 싶다.
산소무라타
日本、〒879-5102 大分県由布市湯布院町川上1264−2 旅館山荘無量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