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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박사
추천해요
5년

좀 김빠지게 나를 욕해도 좋지만 사실은 사실. 나는 늘 도락은 구전문학이라고 주장하고 구전에 의한 도락과 맛집을 진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맞다. 그치만 나도 아주 극소수의, 몇몇, 신뢰할 만한 혓바닥을 소유한 맛집블로거가 있긴 하다. 그 중 한 분의 포스팅을 보고 마음에 담아뒀던 곳. 태양의 집. 이유는 단 하나다. 섞어찌개가 있어서. 섞어찌개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을 텐데 적어도 내가 학부생이던 시절엔 어느 대학을 막론하고 학교 앞에 섞어찌개 잘하는 식당이 한두 군데는 있었다. 나도 학교 앞에 섞어찌개 잘하는 집을 자주 다녔는데 제대하고 오니 없어졌을 때의 황당함이란. 명동의 그 유명한 섞어찌개집을 듣고 알게 되었을 땐 너무 반가웠고 지금의 나에게 섞어찌개 기준은 그 사라진 학교앞 섞어찌개를 제외하면 명동의 그 집인데 이 추억의 메뉴 포스팅을 보고 꼭 한 번 가봐야지 벼르고 있었는데.. 섞어찌개는 말 그대로 이것저것 다 섞은 찌개인데 그 와중에 부대찌개와 다른 점. 그것은 ‘반드시’ 오징어가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섞어찌개란 메뉴가 뭐 있는 거 다 넣고 끓이는 거긴 한데 오징어가 빠진 걸 섞어찌개라 부를 수는 없다. 최소한 내가 아는 바는 그렇다. 이 집 섞어찌개는 일단 맛도 맛이지만 밑반찬이 허투가 아니어서 좋았다. 그리고 여기는 약간 김치부대찌개 스타일이라 완전 내 취향과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그건 취향의 문제일 뿐. 분명 아주 즐길 수 있는 섞어찌개다. 뭔가 깊은 고민이 있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 하루의 스트레스가 평소보다 좀 깊을 때, 가장 어울리는 메뉴를 고르라 한다면 이보다 적절한 메뉴가 또 있을까. 각 대학 앞마다 사라진 섞어찌개집들에 대한 오마주.

태양의 집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35길 112 장미아파트 B상가 지하1층 B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