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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4.0
5개월

할라피뇨 멜팅치즈 샌드위치, 1개 맛봄. (지난주에 사과슬라이스 햄 샌드위치?는 포장해서 5시간 뒤에 먹어서 그랬는지, 여기 적을 수 없음) 빵 칭찬을 많이 받는 곳이기에 치아바타 빵 귀퉁이만 떼어서 먹어보았다. 일단 빠직빡직 거리는 식감은 내 경험 중 최고였다. 사실 치아바타 빵의 빠작함은 처음이다. 기공도 좋고 적당하게 폭신하다. 그런데 빵의 풍미는 평범했다. 깊이 있는 고소함이나 올리브유향 같은 건 없었고 기본적인 곡물향이었다.(강력분으로 만들면 이런 곡물향도 안 난다.) 빠작함이 기분 좋다고 막막 먹고 나면 입천장이 까져있곤 했는데 이건 그러지 않았다.(전에 쌀가루로 만든 바게트를 먹었는데 그 기분좋은 빠작함과 프랑스 밀가루 바게트의 딱딱한 빠작함, 이 둘의 중간 정도) 치즈는 두 종류를 썼는데 프랜차이즈 피자의 치즈보다 더 좋았다. 열기가 식어도 별로 딱딱해지지 않았고, 특별히 좋은 풍미가 아니라 고소함의 기본기가 좋았다. 치즈의 양은 풍성했다. 빵과 치즈 각각의 기본적인 고소함이 합쳐져서 샌드위치의 전체 고소함을 담당하고 있었다. 고소함이 첫 번째 풍미다. 두 번째 풍미는 할라피뇨의 매운맛. 적당했다. 세 번째 풍미는 작은 과일(?) 다이스인데 적당한 양을 넣어서 아주 가끔 단맛이 느껴졌다. 주로 고소하고 그 다음에 매운데 그보다 적은 빈도로 단맛이 느껴져서 좋았다. 이 샌드위치의 미덕은 고소, 매운, 단 맛이 비빔밥처럼 뒤섞여 나는 게 아니라 입 안에서 각각 다른 곳에서 느껴진다는 거다. 그리고 베어뭄(바이트) 마다 셋의 위치가 달라진다. 빵, 치즈, 할라피뇨, 다이스, 이들의 풍미는 중상급이다. 그런데 이 샌드위치를 상급으로 확실하게 올려주는 것은 이 재료들의 밸런스와 무엇보다도 빵의 식감이다. 빵 하나의 빠작, 폭신, 쫀득한 식감이 고소, 매운, 단 맛을 품고 있는 거다. 이 모든 게 합쳐져서 이 음식 하나로 기분 좋은 경험이 되었다. 남은 걸 싸와서 5시간 뒤에 먹었는데 이건 이때도 맛있었다. 뎁히지 않고 그냥 먹었는데 가게에서 먹었을 때의 80% 맛이 났다. 위와 같은 훌륭함과 포만감을 생각할 때 12,000원은 좋은 가격이다.

마사마드레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68-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