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문득 고개를 돌렸다가 빵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수많은 빵들이 저에게 추파를 던졌지만, 이미 배부르게 식사를 한 뒤인터라 제 마음 속에는 두 가지 빵만이 들어올 수 있는 자리가 남아있을 따름이었습니다. 그렇게 맛본 엘리게이터와 애플파이의 식감은 서로 다른 결을 지녔습니다. 엘리게이터는 겉껍질이 바삭하면서도 결결이 살아 있었고, 그 사이사이 녹아든 견과류와 시럽이 은근한 달콤함으로 입안을 차지했습니다. 씹을수록 바삭함 뒤로 고소함이 따라붙었고, 무엇보다 그 묘하게 비스듬히 찢어지는 결이 자꾸 손을 가게 만들었습니다. 은근한 중독성이랄까요. 반면 애플파이는 좀 더 부드럽고 촉촉했습니다. 속살 가득 머금은 사과 필링은 달콤하면서도 살짝 산미가 감돌았고, 계피의 향이 과하지 않게 전체를 감싸 안았습니다. 따뜻하지 않았음에도 속까지 잘 익은 사과의 식감이 살아 있어, 이건 이대로 또 좋더군요. 그리고 이 모든 걸 묵묵히 지켜보던 에스프레소 한 잔. 진한 향과 바디감이 두 빵 사이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징검다리 같았습니다. 한 입, 한 모금. 한 입, 한 모금. 그렇게 오후의 짧은 여유가 저도 모르게 길어졌습니다. 빵을 고른 제 선택이 어쩐지 오늘 하루의 기분까지 좌우한 듯했습니다.
빵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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