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홍의 하얀 사천탕밥을 처음 먹은 날은 우산도 없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함박눈을 맞으며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연좌시위를 하느라 온몸이 흠뻑 젖은 날이었다. 패딩 솜까지 푹 젖어 한기가 도는 몸에 들어가던 뜨끈하고 진한 국물이 어찌나 맛있던지. 지금도 찬바람이 불면 슬몃 생각나곤 한다. 만년동에 출장간 김에 오랜만에 들러 하얀 사천탕밥과 이곳에서 직접 만드는 춘권을 먹었다. 이곳은 원래 탕수육과 군만두가 유명한 편이지만, 나는 춘권을 으뜸으로 치곤 했다. 지금 춘권도 꽤 큰 편이지만, 예전에는 더 컸다. 원래는 춘권 속이 유산슬 재료로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재료비 상승 때문인지 죽순채와 표고버섯, 돼지고기가 적어지고 양배추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맛이 없진 않았지만, 입 안을 가득 채우던 풍부한 즙과 씹는 맛이 줄어들어 아쉬웠다. 하얀 사천탕밥도 진한 맛 보다는 개운한 맛에 가깝게 국물이 약간 바뀌었다. 아마도 양파가 더 많이 들어가 단맛이 우러나 덜 진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추운 계절엔 여전히 그리워질 메뉴임은 확실하다. 음식은 맛 뿐만 아니라 추억으로 만족감을 채우기도 하니까.
동천홍
대전 서구 청사로123번길 25 5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