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글라스, 한번 가보고 반해버린 맥주집. 맥주치고 가격이 사악하다는 평이 많았는데, 여기는 맥주 넘어 그 무언가 넥스트 레벨의 주류를 팔고 있으므로 전혀 아깝지 않았다. 샴페인처럼 마실 수 있는데 샴페인의 반값정도밖에 안하니 오히려 경험 대비 좋은 가격이라는 생각까지 함. 라파엘1, 도펠복, 바이스비어, 펠라주 네가지 종류를 먹었는데, 메뉴판에 있는 다른 맥주들을 더 마셔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 라파엘1은 아인글라스의 장태순 브루마스터만의 당화 기법으로 만든 맥주인데, 샴페인이 가진 캐릭터를 뽑아 표현했다고 한다. 가벼운 바디감, 산미있는 향, 뽀글뽀글 올라오는 탄산감까지 정말 샴페인 같다. 그러면서도 맥주의 홉향이 가볍게 싸르르 스쳐가서 너무 매력적.. 첫 맥주로 먹기 훌륭하다. 라파엘1은 최소 6개월 발효 숙성을 해서 내 주신다고 했고, 우리가 먹은 건 25년 7월 11일 제작된 병. 먹다보면 마지막 잔 즈음에는 지게미가 있어서 거의 오렌지주스같은 색감으로 나오고, 그 지게미가 주는 쌉싸름하고 거칠은 느낌이 내츄럴 와인 같기도 했다. 🍺🥃🍷 도펠복은 흑맥주라고 되어 있는데, 체리빛깔의 예쁜 맥주다. 메뉴판에 쓰여 있는 ‘비어슈탁헬른방식으로 서빙됨‘ 은, 맥주를 내어주신 후 아주 뜨거운 철(?)봉을 맥주에 담가 탄산을 뽑아내는 방식이다. 철봉을 담그고 거품이 한참 올라왔는데도 전혀 미지근해지지 않고 차가운 온도를 유지해서 신기했다. 두 잔 시켜서 한 잔은 그냥으로, 한 잔은 비어슈탁헬른 방식으로 마셨다. 그냥 마실 땐 베리향과 함께 알코올감이 묵직하게 느껴진다면, 비어슈탁헬른 방식으로 서빙된 잔은 진한 카라멜향과 함께 곡기가 한 층 더 강하게 느껴지고 위스키처럼 알콜 여운이 길게 남는다. 아무래도 도수가 도수다보니 😇 🍺 바이스비어는 이름처럼 가벼운 화이트 맥주였고, 이건 식사랑 먹으면 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마지막으로 펠라주가 정말 맛있었는데, 메뉴판에 쓰인 것처럼 ‘곱고 섬세한 탄산과 아카시아 꽃향이 돋보이는’ 맥주다. 샴페인 효모로 양조했다더니 정말 멋진 맛이 났다… 꽃향 나는 술들이 약간 쌉싸름한 경우가 많은데 펠라주는 샴페인 같은 아주 약한 단맛? 단향? 과 함께 풍성한 꽃향이 너무 잘 어울렸다. 그 맛과 향을 해치지 않는 곡기도 너무 밸런스가 좋았음… 미친맥주… 잠봉플래터와 라우겐을 시켰는데, 라우겐이 미친 맛이다. 부드럽고 쫀득하고 지금까지 먹은 라우겐은 다 가짜고 이게 라우겐이다 이런 깨달음을 주는 미친 빵이었다. 라우겐만 두 번 시켰다. 잠봉 플래터도 아주 훌륭했음… 사장님의 안목을 확인할 수 있는 고품질 잠봉과 고품질 치즈, 알이 굵은 올리브 같은 것들이 만족스러웠다. 2차로 가서 배가 불러서 음식을 많이 못먹은 게 너무 아쉬웠다. 다음에는 6시 오픈런하고 안주도 풍성하게 먹어야지... 끝으로 칭찬 하나 더하자면 공간도 너무 예쁨. 뭔가 독일맥주라고 하길래 막 옥토버페스트 같은 두꺼운 나무장식과 투박한 맥주잔, 통, 펠트장식 이런 걸 상상했는데 여긴 아주 현대의 독일이다. 섬세하고 절제미 있는 인테리어가 이미 마음에 쏙들어… 유행하는 것 없이 클래식하게 꾸민 것도 고집있어보이고 좋았다.
아인 글라스
서울 서초구 양재천로 143-12 르네상스정보기술 1층